대권후보 유시민의 길…‘노무현科’와 ‘친노’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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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후보 유시민의 길…‘노무현科’와 ‘친노’의 사이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03.2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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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포커스]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심전심 “참여당 枯死 필요성”

 

▲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사진=송병승 기자>
[매일일보]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참여정부의 정책노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태어난 정당임을 표방하지만, 모든 친노 진영을 포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연초부터 4월 재보선 김해을 공천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면서 한동안 진행되었던 ‘친노 적자’ 논쟁을 되돌아보면 이러한 부분은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다.

‘정치인 노무현’의 평생의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2월 중순 <시사인>인터뷰에서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라며 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유시민 비토’가 야권 깊숙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친노’마저 그를 싫어한다(?)는 주장은 충격이었다.

문제의 인터뷰에서 강 회장은 “국민참여당이 친노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유시민이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노무현의 왼팔 오른팔로 불리던) 희정이도, 광재도 유시민을 친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서 “노 대통령에게 유시민이 어떻게 ‘친노’가 된 거냐고 물으니까, ‘유시민은 우리 편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더라”며, “노 대통령은 ‘우리 편은 아니고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어서 인정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희정 충남지사는 “저는 ‘친노’를 정파로 보지 않는다, ‘친노’가 ‘노무현을 따르는 무리들’이라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21세기 새로운 진보주의’라는 보통명사로 사용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 회장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유시민이 당대표로 선출되는 참여당 전당대회 이틀 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선언하면서 강금원 회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남겨진 ‘노무현의 사람들’이 유시민을 인정하든 안 하든 노무현 대통령이 유시민을 자신의 적통을 이을 후계자로 공식 선언했다는 것은 명백한 ‘팩트’이다.

2008년 2월 귀향보고에서 유시민을 단상으로 불러올린 노 대통령은 “제가 가장 어려울 때 저를 지켜준 사람”, “어려울 때 견디는 정치인이 진짜 정치인”, “노무현과에 속하는 정치인”이라고 소개하면서 유시민의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유시민은 19일 국민참여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참여정부의 자산은 국가와 전체 국민의 것이다. 우리는 참여정부의 부채만을 승계하겠다”고 말했다. ‘친노’라는 자기규정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노무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이다.

▲ 지난 19일 국민참여당 전당대회에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든 유시민 대표 <사진=국민참여당 제공>

‘유시민 현상’에 주목하는 한나라당 친박·소장파

친박 “유시민, 경계해야…손학규보다 어려운 상대

정치권이 긴장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국민참여당 산하 참여정책연구원장이라는 길고 생소한 직함을 떼고 국민참여당의 ‘당대표’라는 타이틀을 단 직후부터다. 단독 후보로 출마하면서 사실상 당선이 확실시됐던 점을 감안하면, 시작은 “유시민의 이름으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며 당대표 후보 출마를 선언한 1월26일부터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당의 실질적인 간판이면서도 그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유시민이 마침내 당 대표로 나선 것에 대해 정치권은 대권도전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라고 해석했다. 꾸준히 지지율 2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유력 대권 주자로서 정치 일선에 복귀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이제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경쟁상대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한나라당의 유시민 탐구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유시민 탐구’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유시민과 맞상대할 가능성이 높은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고 대선 준비를 서포트하는 친박계 의원들과 유시민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그 중심이다.

국회 의석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은 대한민국 제1야당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제치고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야권 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직 격차는 크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다.

한나라당의 원조 소장파인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15일 한 강연에서 “우리 사회 신주류가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등 진보세력에게 크게 호응하고 있다”며 이는 “유시민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남경필 위원장이 수많은 진보세력 중 특히 유 대표를 주목한 이유는 “20~40대 신주류가 진보 내에서도 기존 정당이 아니라 국가 역할에 대해 새롭게 담론을 제기한 정치인이나 학자들에게 호응하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잠재적 경쟁 상대들은 특히 그의 지지층 중 견고한 지지를 보내는 20~30대 젊은층에 주목한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대변되는 열성 지지층에 기대어 ‘노풍’을 불러일으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처럼 유시민도 2012년 대선에서 ‘유풍’을 불러올 종잣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야권 단일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유시민은 재임을 노리던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여야 모두에게 전체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위협적 존재라는 점만큼은 확실히 각인시켰다.

어려워 보이던 야권의 완전 단일화를 막판에나마 성사시킨 데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안보이슈에 밀려 정권심판 이슈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유시민은 오히려 천안함 사태를 정권의 안보무능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역공하면서 전체 선거판의 이슈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위기감을 느꼈던 한나라당은 물론 유시민의 활약에 힘입어 암울하게 전망되던 지방선거에서 최고 수혜를 입은 민주당까지 유시민의 ‘아젠다 설정 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견제를 하기 시작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친박계 모 의원은 21일 한 매체 인터뷰에서 “유시민 대표는 경계해야 할 인물로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유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친박계의 또 다른 인사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대권후보로 급부상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맞붙는다면 쉬운 승부가 될 수 있지만, 유시민 대표와 경쟁은 다를 것”이라고 공감했다.  

▲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휘날리는 유시민 대표 <사진=국민참여당 제공>
야권의 유시민 경계

유시민의 대학동기동창인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진보진영의) 통합을 위해선 유시민의 좌클릭이 필요하다”고 했을 정도로 유시민은 기존 진보진영과 다른 ‘이단아’이며, 유시민을 간판으로 내세운 국민참여당도 태생부터 기존 진보정당과는 거리가 멀다 할 수 있다.  

우선 유시민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에 대한 진보진영의 공격을 최일선에서 방어하면서 “개방 대 쇄국”이라는 대응논리를 전파한 당사자이다.

양극화의 주범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이며 FTA는 미국의 세계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진보진영과 유시민이 쉽게 섞일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게다가 유시민은 진보진영의 태도 변화 요구에도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민주당이 내세운 무상복지 정책인 ‘삼무일반(무상 급식ㆍ의료ㆍ보육+대학 등록금 반값) 정책’은 허구이며 선거용 정책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은 “재ㆍ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세”라고 맞섰지만 어쨌든 그의 ‘이견’은 언론을 통해 크게 이슈화 됐다.

그의 이러한 독자행보는 기존 정치권의 상식으로는 어디로 튈지 감이 안잡히는 ‘예측 불가능성’과 함께 그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서 정치판의 담론구도를 좌우할 수 있는 ‘의제 설정력’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해을’…그리고 ‘은평을’의 악몽 

현재 유시민의 최대 관심사는 경남 김해을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이다. 13일 이봉수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시민은 “경남 김해을 재보선에서는 꼭 승리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뿐이다”라며 김해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참여당이 김해을 재보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10월에도 재보선이 예정되어있지만,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일 경우 재선거를 치르지 않는다는 법에 따라 10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없다.

현실적으로 원내정당이냐 아니냐는 향후 국민참여당의 정치행보에 현격한 차이를 가져온다. 우선 내년 4월 총선에서 전국 후보자들에게 통일된 출마번호가 부여되느냐 여부가 걸려있다. ‘기호 ○번을 찍으세요’라는 공통구호가 있느냐는 선거운동에서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국회 기자회견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여부도 엄청난 차이이다. 모든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국회에서 정견을 발표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대언론 홍보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의 차이를 가져온다.

여기에 더해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국회의석 1개가 추가되면 그 정당에는 연간 1억4천만원 가량의 국고보조금이 더 나온다. 물론 해당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의정지원비와 국회의원 세비, 보좌관 급여는 별도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측면에서의 필요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해을’라는 지역구가 가진 상징성이다. 김해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소재한 곳이며, 영남권에서 단 2개밖에 없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이번 재보선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고, 이와 관련해 앞으로 진행될 야권연대 성사가능성을 시험할 시범무대라는 점은 ‘김해을’ 선거구가 가진 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배가하는 측면이다.

그래서일까. 현재 김해을 선거에 대한 야권의 단일화 협상은 지지부진하기만 하고, 한나라당에서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전 총리후보)라는 빅카드를 불러들여 국민참여당의 원내진출을 기필코 막으려는 태세이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농업특보 출신인 이봉수 참여당 예비후보에 대해 “노무현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며 견제에 들어갔고, 그에 앞서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무소속으로라도 출마시켜 국민참여당의 원내진출을 막으려는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사실, 국민참여당이 원내진출을 할 기회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정계복귀를 승인함으로써 6·2지방선거의 '심판' 의미를 불과 두 달도 지나기 전에 반감시켜버렸던 7·28재보선 당시, 사전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참여당 천호선 예비후보와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 사이에 박빙의 승부를 예고했다.

천호선의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었고, 당시 모든 선거 전 여론조사마다 숨겨진 10%가 항상 존재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양자대결이 성사됐을 경우 천호선 후보의 승리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것이 정가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천호선은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데 실패했다. 예선전에서 천호선을 누르고 야권 대표선수가 된 사람은 지난해 우리 나이로 72세(1939년생)였던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였고, 장상을 단일 후보로 내세운 야권연대는 처참할 정도로 참패를 당했다.

결과론적인 평가일 수 있지만, 민주당이 국민참여당의 원내진입을 막는 것이 6·2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기대를 이어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띄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정가에서는 분석했다.

이와 비슷한 풍경은 이번 4·27 재보선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여야의 여러 움직임 속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당내 정치’를 이유로 자신들의 텃밭이고 이길 가능성이 여실하게 높았던 분당乙 지역구 공천 문제로 분탕을 침으로써 선거판세를 미궁으로 몰아넣은 한나라당이 그렇고, 김해乙 후보단일화 문제를 쉽게 풀지 못하고 있는 야권이 그렇다.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또 어떻게 할 작정인지 정치권에 던져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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