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중국에서 쌓았던 이미지 한순간에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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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중국에서 쌓았던 이미지 한순간에 ‘와르르’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1.03.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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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금호타이어의 중국법인장이 망신을 자처하고 중국에 고개를 숙였다. 얼마 전 중국내 ‘저질타이어’ 생산 비리를 강하게 부정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희한한 광경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비리관련자가 해임되는 것은 비일비재해도 제품 리콜 문제로 사장이 머리를 숙이고 직접 사과를 하는 것은 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한국기업 최초로 중국 생산 비리를 저지른 기업으로 낙인찍힌데 이어, 법인장이 고개를 숙인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글로벌 이미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中매체, 저질타이어 고발 ‘악의적 보도’ 반발하다 결국 방송에서 엎드려 사과
현지 점유율 1위 이미지 와르르…현대차 등 다른 글로벌 기업에도 일파만파

중국내 타이어 시장점유율 1위인 금호타이어의 위상을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트린 ‘저질 타이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15일 중국중앙텔레비전방송국(CCTV)은 소비자의 날을 겨냥해 제작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금호타이어 톈진공장 생산라인이 재활용 고무를 사용하면서 배합비율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생고무와 새고무의 사용비율이 2:1이 되는 것이 기준허용치였지만 잔량 고무량을 3:1로 맞춰 ‘품질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 같은 저질타이어는 운전 중 펑크가 나거나 바람이 빠질 위험이 있어서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금호타이어의 생산차질 비리를 지적한 후 말미에 “타이어는 차량의 성능에 직결되며 소비자의 인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부품”이라며 “소비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 바꾸려다 ‘화(火)’ 자초했다?

방송은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고 금호타이어의 ‘안전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중국 정부가 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은 물론, 금호타이어를 공급받는 현대차 베이징공장도 타이어 문제로 일부 생산을 중단하면서 사태는 더욱 확대됐다.

그러한 와중에 금호타이어는 말 바꾸기로 ‘화’를 자초했다. 당초 금호타이어는 CCTV가 원료 수량을 단순히 비교한데 따른 오류라고 주장하면서 사실 관계와 원인을 파악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잔량 고무를 타이어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것은 타이어 업계의 공통된 사안으로 타이어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잔량 고무와 안전성을 연결 짓는 중국측 반응을 경계했던 것이다.

그러나 3일 만에 금호타이어는 사과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금호타이어는 제품 자체의 안전도와는 직결되지 않지만 ‘잔량 고무 사용량을 20% 이내로 한다’는 내부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제품을 제조한 사실이 적발돼 공개 사과하고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금호타이어측은 이미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톈진공장 총경리 등 간부 직원 3명을 해고·해임 조치했다. 아직 리콜대상 제품 수량이나 구체적인 리콜시점 절차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내 규정을 어긴 제품을 확정해서 ‘자발적 리콜’을 중국 관계기관에 신청할 계획이다. 

지난 21일 이한섭 중국법인 사장은 CCTV의 경제채널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소비주장’에 출연해 머리를 90도 각도를 숙인 후 공식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타이어 생산규정 미준수 사실이 일부 확인됐으며, 텐진 공장의 소홀한 관리감독 실태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생산비리가 사실이었음을 시인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9년에도 중국에서 타어어 상태와 관련해 논란이 된 바 있다. 1994년 중국 진출 이후 줄곧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공정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중국검사 기관을 통해 문제없음을 밝혀냈다.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 ‘불똥’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금호타이어의 중국내 생산 비리는 이 사장의 사과나 리콜조치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의 경우 대부분이 금호타이어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중국내 다른 글로벌 기업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텐진, 난징, 창춘 등 도시에 4개 생산 공장을 두고 있으며 중국 내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에 수십 종류의 타이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중국 현지 기업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웨다기아는 금호타이어의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어 충격도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된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웨다기아는 금호타이어에서 각각 7종류와 4종류의 타이어를 공급받고 있다.

중국 자동차판매 1위인 상하이GM도 3종류의 금호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주요 고객사인 창청자동차 등 자동차업체들은 여론을 의식한 듯 문제의 타이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의 이번 생산 차질이 금호타이어와 거래를 맺었던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공급선을 변경한다고 해도 당장은 제품 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공급선을 변경해도 적정량의 제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로 제품조달 비용이 올라가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그러한 와중에 톈진 공장 생산품 리콜 사태가 난징 공장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중국내 다른 공장인 난징공장이 3C(소비자보호)인증증서를 받지 않은 채 제품을 팔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호타이어의 톈진공장이 생산차질로 3C인증 자격이 중단된 상태에서 난징공장마저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자, 금호타이어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금호타이어는 난징공장의 경우 모두 품질보증을 받은 제품이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대응했지만 사실 여부에 따라 후폭풍도 예상된다.

한편, 중국내 16개 완성차 업체에 35개 종류의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중국 당국의 공장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톈진공장 가동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나머지 기업들은 파악이 안 되지만 금호타이어 관련기업들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충분히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엄격하게 규정을 만들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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