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하는 한은, 일자리 추경론 눈치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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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하는 한은, 일자리 추경론 눈치보나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2.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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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일자리 추경과 현재 통화정책 부합"...사실상 금리인상 말라는 '시그널'인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재임 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치고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올해 정규 예산이 확정된 지 채 3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여권이 15조원 안팎의 ‘일자리 추경’ 카드를 꺼내들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다급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주장도 문제지만 금리인상을 놓고 재정당국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상 정부가 추경을 집행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려 보조를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돈을 풀 때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재정-통화정책이 서로 엇박자를 내 추경 효과가 반감될 수 수 있어서다. 그만큼 추경은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일단 정부의 일자리 추경 편성은 현 통화정책 기조와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성장세의 지속을 뒷받침할 수 있는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정부가 추경을 하더라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기상황이나 물가, 금융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해나가되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효과도 같이 살피면서 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은 거시 정책이긴 하지만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정책 통해서 자금흐름을 개선하는 노력을 병행 중”이라며 “금융중개대출제도 중에서 신성장 일자리지원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실효성 있게 운용해서 정부 일자리 지원 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유념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년일자리를 위해 대통령이 주문한 ‘특단의 대책’을 뒷받침하는데 기존 재원으로 안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근 “특단의 대책과 관련해 추경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일자리 추경론이 제기된데는 그만큼 고용시장 상황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수가 전년 동기보다 1만2000명 증가한 102만 명에 달해 20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저임금 급등 여파 등에 따라 아르바이트 일자리 동향에 민감한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역대 최악이었던 전년 동기 8.6%보다 더 나빠진 8.7%로 높아졌다. 자동차, 조선 업종의 추가 대량실업 우려도 크다.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한은에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줬다고 보고 있다. 확대적 재정정책을 할때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지원해야 효과가 커진다는 ‘재정·통화정책’ 조합론을 통해 정부가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5년 정부가 11조6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을때 한은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렸다. 2016년에도 정부의 11조원 추경과 함께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인하됐다.

가뜩이나 4월부터 신임 총재가 한은을 이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인사다. 임기 초 정부 정책을 신경 쓸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여기에 최근 수출도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같은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도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신중론’의 근거 중 하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용악화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앞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은 유례없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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