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 채용비리 ‘표적수사’ 논란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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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 채용비리 ‘표적수사’ 논란 피하려면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2.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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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권 채용비리에 칼을 뽑아든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들이 비리 의혹에서 벗어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내가 듣고 아는 사람만 몇 명인데 말도 안된다’며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가진 이가 적지 않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은행권의 채용 실태를 검사하고 비리 정황 22건을 확인해 대검찰청에 넘겼다. 이 중 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다. 

문제는 금감원이 일부 시중은행에서 채용비리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가 너무 단순하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의 채용비리 의혹은 인사팀 컴퓨터 백업파일에서 찾아낸 반면, 다른 은행들의 경우 백업파일 기간이 짧은 탓에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 때에 채용비리 문서를 삭제했느냐 마느냐가 채용비리 조사 결과의 향배를 가른 셈이어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행정력이 어설퍼 보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한 은행의 경우 지역조합의 자녀우대 등 채용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만큼 계열사인 은행 역시 금감원의 신중한 조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채용비리 리스트에 오르지 않으면서 금감원의 결과에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해당 은행은 금감원 결과 이후 ‘클린채용’을 내세워 네티즌으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표면적으로는 금융지주 전체를 겨냥한 듯 보이지만 실제 칼끝은 일부 금융지주사를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금감원이 마음만 먹으면 조사할 수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공교롭게도 하나금융의 경우 내달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논의를 앞두고 있어 금융당국의 집중 검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으로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감원이 정말로 채용비리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조사 대상 확대가 아니라 면밀한 조사를 통해서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채용 청탁을 받은 은행 뿐 아니라 채용 청탁을 부탁한 사람은 누군지도 밝히는 데 주력해야 공정한 조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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