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 반도체, ‘속 빈 강정’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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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韓 반도체, ‘속 빈 강정’ 되지 말아야
  • 이우열 기자
  • 승인 2018.02.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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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 국가’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점유율은 약 72%에 달한다. 압도적인 수준이다. 부품별로 점유율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업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들은 대부분 외산으로 편성돼있다.

지난해 12월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ASML, LAM리서치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와 LAM리서치는 미국 기업,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다. 

이어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도쿄 일렉트론, KLA-텐코는 각각 일본, 미국 기업이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는 상위 주자들이 모두 해외 기업들로 이뤄져있는 셈이다. 제조 과정에 따라서는 특정 업체가 독주하고 있는 상황으로, 상위 10개로 기업 수를 늘려봐도 우리나라 업체는 전무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공식적인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통계는 수년간 제대로 집계 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산업부가 발표하는 우리나라 수출입 동향 자료를 살펴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수입은 2017년 10월(전년비 70.4% 증가), 2017년 11월(143.1%), 2018년 1월(94.4%)로 늘고 있다. 일부 장비의 경우 저렴한 것이 한 대에 1000억원을 호가하도 한다.

반도체 장비 분야에 외산 장비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 오늘내일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시장 1위를 자부하면서도, 산업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비 부분에서는 힘이 약한 상황이다. 첨단 핵심소재 원천기술, 전문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문제들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다’는 것이 외산 장비가 쓰이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하지만, 수년간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의 경쟁력이 만족스러울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 장비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마냥 격차에 체감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정부와 업계 차원의 지원 등을 통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일환으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과 ‘상생발전위원회’를 출범, ‘GAP5 전략’을 내세우며 2020년까지 장비 국산화율을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금전적‧제도적 지원을 통해 소재‧장비의 국산화율 및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선언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2006년 11월, 당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초청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동부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2015년까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현재까지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생각해봤을 때, 당시의 선언은 ‘말 뿐이었던 목표’가 되어 버렸다. 

이미 시행착오는 겪었다. 단기간의 개선은 어렵겠지만 산업부와 반도체 업계가 새로운 다짐을 꺼내든 만큼, 목표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진정성있는 움직임이 이뤄졌으면 한다. 이 분야에서 해외 기업들이 저마다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원천기술 확보 등의 내실을 갖추는 데에도 신경써야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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