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술탈취로 들여다본 中企의 아픔
상태바
대기업 기술탈취로 들여다본 中企의 아픔
  • 나기호 기자
  • 승인 2018.02.12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기업계 “강력한 제재 속 익명도 보장돼야”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1. (기술자료 요구·단가 후려치기) A사 대표는 “원사업자가 재계약 할 때 기술자료를 요구해 기술자료를 넘겼습니다. 그러고 나서 재계약하면서 단가가 꽤 많이(인하율 공개거부) 인하됐는데, 인하된 단가를 이전 계약 기간에 소급 적용해서 돈을 반환하라고 했습니다. 완전히 단가후려치기가 목적이고, 몇 억 손해를 봤습니다.”

#2. (기술자료 제공 거부에 거래 중단) B사 관리자 “재계약할 때 원사업자가 단가를 조정한다며 우리 제품의 원가 절감 공정 관련 기술자료를 내놓으라고 계속해서 요구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기술자료는 주지 않았고, 단가가 낮아도 물량이 많아 거래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매출 대비 약 10% 정도 손실을 보고 부당하다고 항의했더니 거래가 끊겼습니다.”

#3. (기술자료 제공·원사업자 생산) C사 임원 “원사업자와 거래를 해오면서 그들의 요청에 의해 여러 기술자료들을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원사업자가 우리 제품과 매우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서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우월적 권위를 앞세워 기술자료 요구, 단가 후려치기, 거래 중단 등 일방적인 기술탈취 사례들이 빈번히 발생해 하청기업들의 경영악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행법 상 기술자료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함에도, 공공기관을 포함한 대기업은 구두·전화·이메일 등을 통해 편법적이고 암묵적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해 왔다. 특히 대기업은 인수합병(M&A)이나 기술취득에 필요한 비용보다 저렴하게, 갑의 위치에서 기술자료 등을 쉽게 제공받을 수 있어 기술탈취 방법을 선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기술분쟁 발생 시 입증이 어렵고, 손해배상액이 불충분해 대부분 소송을 포기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소 5년 이상의 법정 싸움에 승소해도 특허침해 손해배상액은 평균 6000만원~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80분의 1, GDP 고려 시 6분의 1에 차이를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를 개최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는 원도급자가 하청기업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없게 하는 방안과 기술탈취 관련 검찰·경찰, 중기부 등 6개 부처가 공조수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법적 분쟁시 입증자료로 활용하는 ‘기술자료 거래 등록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술임치제도’ 활성화를 위한 수수료를 감면하는 등 중소기업계 애로사항인 입증책임 전환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발표한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하청기업에 의한 위법행위 제재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수급사업자들은 기술탈취 위법행위에 대해 신고하기 꺼려하고, 익명성을 보장받기 힘들었다”며 “앞으로 정부가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피해 기업에 대한 사실 입증 및 강력한 제재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개입으로 신호를 분명하게 줘야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