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현대증권, 이익치 전 회장한테 소송당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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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현대증권, 이익치 전 회장한테 소송당한 사연
  • 성현 기자
  • 승인 2011.02.28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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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 "실형까지 살았는데 400억대 손해배상금 청구는 이중처벌" 주장
[매일일보] 현대증권(사장 최경수)이 전임 회장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최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현대증권과 개인주주 등을 상대로 460여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998년 벌어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주주들에게 보상하게 된 배상금을 낼 수 없다는 내용이다. 같은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됐던 이 전 회장이 이중처벌을 호소하며 법원 문을 두드린 것이다. 피고가 된 현대증권은 전임 회장의 한이 서린 소장을 받아들게 됐다.


이 전 회장, 창업주 총애 받았지만 '독박' 쓰는 신세로 추락
47억원 상당 자택까지 경매 나오자 확정판결 뒤집으려 시도

지난 2월 17일 이익치 전 회장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현대증권과 개인주주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회장측은 이미 해당 사건으로 감옥 생활을 하다 나온 만큼 400억원대의 손해배상금까지 무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주가주작 사건은 지난 1998년 현대증권 주도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이 현대전자의 주식을 사들여 고의로 주가를 끌어올린 사건이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주가조작으로 뭉친 현대그룹 계열사들

지난 1998년 현대증권은 현대중공업, 현대상선과 공모해 현대전자의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매수로 현대전자의 주가는 1만4000원대에서 최고 3만4000원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자본잠식상태와 2000억원대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증권은 주가조작을 통해 1000억원 상당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여에 걸친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단체행동은 1998년 8월 증권거래소가 금융감독원에게 현대전자의 주식흐름이 수상하다는 내용의 통보를 보내면서 드러났다.

제보를 받은 금융감독원은 자체조사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임원들을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현대전자 주식의 가격상승 내막이 공개됐다.

당시 사상 최대의 주가조작 규모와 현대가 자제들의 개입여부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이 사건은 창업 2세대들의 개입은 없다는 결론과 함께 이 전 회장이 구속되며 마무리됐다.

그런데 사건이 불거진 지 3년이 지난 2002년 10월 이 전 회장은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이었고 정 전 대표는 제16대 대선 후보로 주목받던 시기였다. 정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에게 고소를 당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결국 이 전 회장만이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2003년 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주가조작 사건은 전반전에 불과했다.

현대증권과 현대중공업, 현대전자가 연관된 지급보증각서가 등장하면서 후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1997년 현대증권과 현대중공업은 현대전자가 외국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섰다.

당시 이 전 회장은 현대증권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현대중공업에 지급보증각서를 써줘 2004년 6월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주가조작으로 실형 판결을 받았던 이 전 회장의 형 집행은 투신사 사장단이 청원으로 집행유예 된 상태였다.

투신사사장단의 도움으로 주가조작 사건의 책임에 대해 연기처분을 받은 이 전 회장이지만 각서건은 비켜 갈 수 없었다.

이 전 회장은 고 정주영 전회장, 정몽준 전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 전 회장은 2006년 10월 배임혐의로 1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광복절 특사의 한

금융계 출신은 아니었던 이 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도 이 전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고 현대전자 지급보증각서 사건도 이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

배임혐의로 교도소 신세를 진 이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특별사면으로 형 집행이 종료됐다. 하지만 이것이 이 전 회장이 져야 할 책임의 끝은 아니었다.

현대증권 직원들과 개인투자자들이 이 전 회장의 과실로 현대증권이 피해를 받았다며 2004년경 소를 제기한 것이다.

여섯 차례의 변론 과정으로 6년여 세월을 보낸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이 전 회장이 원고들에게 400억원 상당을 지급하라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현대증권과 개인투자자, 소송에 참여한 법무법인 한누리 등을 상대로 460여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연장전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었다. 피고만 법인과 개인을 포함해 19개에 이른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전 회장은 “징역형까지 받고 나왔는데 4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금까지 지불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는 생각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역 손해배상소송’이다.

하지만 현대증권 법무팀 관계자는 “형사상의 책임을 지고 징역형까지 마친 이 전 회장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회사 업무와 관련된 소송은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민사상의 손해배상 소송인만큼 민∙형사 소송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법무법인 한누리 측 변호사는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난 사건을 가지고 이 전 회장이 소를 제기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일단 소송이 제기된 만큼 소송을 준비하는 동시에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 설정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내려진 확정판결로 이 전 회장 소유한 46억원 상당의 서울 광진구 광장동 자택이 경매에 나온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베버리힐즈에 위치한 30억원대의 저택도 이 전 회장 소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와 해외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까지 공개되며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한 이 전 회장이 반전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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