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대사 낙마 직후 빅터차 “코피전략으론 북핵 못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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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대사 낙마 직후 빅터차 “코피전략으론 북핵 못막아”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1.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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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대사에 내정됐다가 낙마한 빅터차 CSIS 한국석좌. 사진=AFP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차기 주한미국대사에 내정됐다가 도널드 트럼프 측과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낙마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30일(현지시간) 언론 기고를 통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한적 선제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단지 지연시킬 뿐, 위협을 막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이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북한의 코피(bloody nose)를 터트리는 것은 미국인에게 엄청난 위험’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그의 기고문 나온 ‘북한의 코피를 터트리다’는 표현은 미 행정부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코피 전략’을 가리킨다. ‘코피 전략’이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격의사가 진지하다는 점을 북한에게 깨닫게 만들기 위해 제한적 공격을 가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북핵 포기를 위한 협상장에 나오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을 의미한다. 흔히 아이들의 싸움에서 코피를 터뜨려 상대방을 물러서게 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부와 중앙정보부(CIA) 등 대북 매파가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 석좌는 이 같은 트럼프 정부 전략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대북) 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을 단지 늦출 뿐이다. 또한 공격은 확산의 위협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이 같은 자신의 의견을 트럼프 측에 이야기해 주한미대사 자리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 행정부는 신임 주한 대사로 차 석좌를 내정해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 한국 정부가 곧바로 승인 절차를 마무리했으나 한 달 가까이 공식 임명 절차가 지연됐다. 그러다 내정이 취소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

WP는 앞서 이날 차 석좌의 내정 철회 사실을 전하며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당초 주한 미 대사로 선택한 차 석좌가 지난해 12월 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개인적인 이견을 표명한 뒤 더는 지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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