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및 세금 부과 등 각종 규제안으로 시장 축소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내 정보기술(IT) 및 대기업들은 가상화폐 시장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가상화폐 거래소가 벌어들이는 순익에 대해 과표 3000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한다. 또한 이달 내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업무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거래자의 매매 기록을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과 거래소 계좌에 강화된 고객 확인제도(EDD)를 적용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직접 규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있는 은행을 통해 고객이 거래소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매매 기록·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거래정보가 거래 주체에 분산 저장돼 파악할 수 없었던 가상화폐 거래 내용을 금융당국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국내 시중은행들도 이달 30일부터 기존 가상계좌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실시해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에 동참한다. 다만 실명제가 본격 시행돼도 신규 계좌 개설은 당분간 차단된다.
정부의 규제 방침이 가시화 되면서 가상화페 시세는 줄줄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오전 8시 15분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14.12% 떨어진 143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시세는 약 1221만원으로 한국과 글로벌 가상화폐 시세가 차이난다는 의미의 ‘김프(김치 프리미엄)’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국내 IT기업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 아래 잇달아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게임업체 NHN 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를 통해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오케이코인코리아’의 홈페이지에는 NHN엔터를 투자 파트너로 소개하고 있다. 아직 정식 서비스를 개시하진 않았고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오케이코인은 그동안 국내 진출을 추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세계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 약 23%를 갖고 있고 게임업체 넥슨도 지난해 9월 거래소 ‘코빗’을 인수했다. 한빛소프트는 지난 17일 모다, 파티게임즈와 가상화폐 사업의 포괄적 업무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대기업은 이미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현대가(家) 3세인 정대선 현대 BS&C 사장은 지난해 한국형 가상화폐인 에이치닥(Hdac), 일명 현대코인을 선보였다. Hdac은 현대BS&C가 블록체인 기업 ‘더블체인’과 합작해 만든 가상화폐이다. 정 사장은 이후 한국과 스위스, 두바이, 지브롤터 등 각종 국내외 블록체인 행사 전면에 나서 Hdac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주요 기술인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 중 전 영역을 아우르는 기반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및 지나친 규제 강화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무조건 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의 투자 거래 투명성 강화 등 시장질서 유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