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 규제 탓만은 아냐…“경제상황 영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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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값’ 규제 탓만은 아냐…“경제상황 영향 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8.01.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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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 효과, 2~3년 뒤에나 나타나…“지켜봐야”
과거 강남집값 하락…‘글로벌 금융위기’ 주된 원인
전세계 주요도시 집값 ‘천정부지’…강남도 마찬가지
사진은 서울 강남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강남 집값이 미친 듯이 치솟자 정부의 잇단 규제에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규제 강화 효과는 몇 년 후에나 나타나 지금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집값은 거시경제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주요 도시의 집값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57% 상승하며, 8·2 부동산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상황이 이러자 정부가 쏟아낸 규제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규제에 따른 효과는 일반적으로 규제가 시장에 적용된 시점으로부터 약 2~3년 후에나 나타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재 강남 아파트값 폭등의 원인을 시장을 옥죈 규제로만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때 강력한 규제를 내놔 집값이 폭등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같은 규제가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효과를 거두면서 집값이 차츰 안정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이명박 정부 시절 강남 집값 하락의 주된 원인은 규제 외에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며 “경기침체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줄어든 반면 집을 내놓는 사람이 많아 집값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114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 변동률 추이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의 경우 -9.76%까지 떨어졌다. 이후 2009년 8.25%로 잠시 상승했다가 △2010년 -3.20% △2011년 -3.11% △2012년 -8.52% △2013년 -1.56% 등 하락세가 이어졌다.

임 책임연구원은 “2008년 아파트값이 급락하자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활성화 정책의 기저효과로 2009년 집값이 일시적으로 올랐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워낙 나쁘다보니 부양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아 집값이 다시 주저앉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2014년부터는 침체된 경기가 회복하면서 2014년 2.13%, 2014년 5.58%, 2015년 7.57% 등 집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강남 집값 폭등 현상도 지난해 금리인상 등 글로벌 경기 회복과 국내 경제 성장 흐름이 뒷받침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연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열린 시무식에서 국내 경제가 호조세를 보인다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서울 강남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도시들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분석한 전 세계 주요 도시 주택중위가격에 따르면 △서울 4억3485만원 △도쿄·요코하마 3억1135만원 △홍콩 7억7485만원 △런던 6억4472만원 △샌프란시스코 9억3163만원 △로스앤젤레스 6억6231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심 교수는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중에서 거시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수요라는 게 경제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늘고, 경제가 나빠지면 줄어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보든 주요 대도시의 집값이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공통된 현상”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경제적 타격이 오지 않는 한 대도시 집값 상승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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