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치에 방향타 잃은 금융권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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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치에 방향타 잃은 금융권 ‘표류’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1.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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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관치, 민간 금융사 경영 혼란 부추겨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금융당국의 시중은행권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배구조 혁신과 가상화폐 투기를 막겠다며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나금융지주는 예정대로 차기 권력구도 승계를 진행하고 있고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방침도 은행 개별사마다 다양하다. 설익은 관치가 도를 넘어 민간 영역에 깊숙이 개입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금융당국을 무시할 수 없다”며 선임 절차에 대해 재논의키로 했다. 당초 하나금융 회추위는 인터뷰 등을 거쳐 16일 3인 정도의 후보군을 압축하고 오는 22일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CEO 리스크를 감안해 회추위 일정을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회추위 일정을 2주가량 연기하라는 금감원의 구두 권고를 회추위가 거부하자 공문을 보낸 것이다.

하나금융의 중국 투자와 KEB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부실대출 의혹, 채용비리 등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CEO 선임 절차를 미루라는 것이다.

금융권을 떠난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적어도 납득할만한 징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를 들이대면서 (CEO나 임원)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했다”며 “그런데 요즘엔 정부가 제대로 검사도 못하면서 ‘입’으로만 개별 금융사의 경영상 일정을 연기하라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 속에도 하나금융 회추위는 당초 계획된 일정을 소화했다. 15∼16일 내·외부 후보 7명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다. 이 자유발표 면접을 통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등이 참여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국의 보류 요청을 놓고 회추위원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으며 면접이 예정보다 늦게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하나금융 회추위는 후보군 선정을 마무리했다. 다만 당국의 외압에 따라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는 시기를 연기한 것이다.

이런 금융당국의 압박은 가상화폐 투자 시장에서도 반복된다. 정부는 이달 30일 가상계좌의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앞서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치에 부응하기 위해 일부 은행들이 가상계좌 입금 금지를 하기로 했다가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다시 재논의후 보류키로 결정됐다. 여기에서도 시중은행들은 당국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 행정을 펼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달 초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취할 것처럼 해 은행들이 이를 반영해 가상계좌 입금 금지가 결정됐다"며 "이후 다시 당국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서비스 도입을 재논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실명확인제의 도입 여부와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계약 문제 등 중요한 부분은 시중은행권에 떠넘겼다. 거래소와 계좌 계약 연장 여부는 시중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라고 한 것이다.

현재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대해 특별검사를 진행하며 그 결과에 따라 강도 높은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이에 은행들이 정부 규제 등 부담을 무릅쓰고 거래소 계좌를 유지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같이 계좌 유지를 은행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정부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발을 빼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시장을 관치를 통해 주도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다”며 “시장은 민간이 주도해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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