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307전경대 결국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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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307전경대 결국 해체
  • 송병승 기자
  • 승인 2011.01.2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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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을 만든 그곳의 생활…입대 3개월, 너무 큰 고통이었다.

[매일일보=송병승기자] 지난 2005년 6월 인터넷에는 남성들이 알몸으로 각을 잡고 서 있는 사진이 유포됐다. 이른바 ‘전경 내무반 알몸사진’이라 불리어진 이 사진은 강원도에 위치한 307 전경대에서 일경으로 진급하는 이경들에게 선임들이 알몸신고식을 시키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성추행과 가혹행위를 의심케 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고, 그해 7월, 307전경대 전경 3명이 잇따라 탈영하는 사건이 발생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5년이 지난 2011년. 또 다시 307전경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3일 307전경대에 배속된 지 두 달된 이경대원 6명이 선임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못 견뎌 집단 탈영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부대장에게 전화로 피해 사실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 없자
복귀 후 당하게 될 선임들의 보복 두려워 집단 탈영 감행

조현오 경찰청장 “구타 가혹행위 근절 획기적 조치…부대 해체”
민주당 “폭력, 일부 부대 문제 아닌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

탈영한 6명의 이경들은 지난해 11월 입대 한뒤 12월 초 307전경대에 배치됐다. 군 생활에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레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들도 알았겠지만 이들에게 찾아온 엄청난 압박과 가혹행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를 대비해 휴식을 취하고있는 전경들. <사진=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307전경대 기율담당인 유모 상경과 피해 대원들의 한 기수 선임인 강모 이경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일까지 한 달여간 생활실 등에서 전입해 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대원들에게 교육을 빙자해 10여회 폭행을 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307전경대 기율담당인 유모 상경과 피해 대원들의 한 기수 선임인 강모 이경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일까지 한 달여간 생활실 등에서 전입해 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대원들에게 교육을 빙자에 10여회 폭행을 가했다.

또한 이들은 유통기한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연두부를 강제로 먹여 구토를 유발했으며, 눈동자를 돌리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정면 뚫기’, 허리와 팔을 쭉 편 상태로 주먹을 무릎에 대고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일명 ‘각잡기’ 등의 가혹행위도 저질렀다.

구타와 가혹행위 뿐만이 아니었다. 가해자들은 20여만원 상당의 카드와 현금을 갈취해 간식비용으로 사용하는 등의 금품 갈취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자 이경들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의 동기와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고 눈동자도 돌리지 못했으며 이름 대신 욕설로 자신을 불러도 관등성명을 대야 하는 인권침해도 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들은 지난해 강원도 지역에 구제역이 퍼지자 구제역 차단 방역 작전에 투입됐다. 강원도 횡성의 한 모텔에서 거주하게 된 이들은 그곳에서도 선임병들의 가혹행위가 계속 됐다고 알렸다. 특히 구타 가혹행위가 밖으로 알려지면 부대가 해체된다며 선임들이 신고를 못하도록 협박했다고도 한다.

피해자 이경들은 구제역 지원근무 당시 부대장에게 전화로 피해사실을 신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자 부대에 복귀한 후 당하게 될 선임들의 보복이 두려워 23일 새벽 집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후 원주의 PC방을 전전하다 부모의 설득으로 24일 오후 소속 부대로 복귀했다.

조현오 청장 “부대 해체”

▲ 조현오 경찰청장. <사진=뉴시스>
사고가 발생한 307전경대는 전문에서 언급했듯이 인터넷에 ‘전경 알몸사진’을 유포하고 전경 3명이 잇따라 탈영하는 등의 문제점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던 곳이다. 그만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문제부대’였던 만큼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대해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사고가 발생한 307전경대는 전문에서 언급했듯이 인터넷에 ‘전경 알몸사진’을 유포하고 전경 3명이 잇따라 탈영하는 등의 문제점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던 곳이다. 그만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문제부대’였던 만큼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대해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24일 “전의경 부대에서 구타 가혹행위를 근절할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강원경찰청처럼 관리를 못하면 전의경 부대를 아예 해체시키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307전경대 해체와 부대원 100여명에 대한 다른 부대로의 배치 준비가 시작됐다.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역시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27일 307전경대 구타·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 및 구타에 가담한 유모 상경과 강모 이경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홍모 일경 등 나머지 가해 대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신입대원들의 구타·가혹행위 등의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급관청에 보고하지 않고 일부 가해자들을 자체교육하고 사건을 은폐한 전경부대 중대장 정모 경감을 비롯한 지휘·관리요원 5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또한 사건 당시 강원청 경비교통과장, 작전전경계장을 징계하고, 옥도근 강원청장과 307전경대가 소속된 원주경찰서 김정섭 서장에게는 경고조치를 결정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의경 내부에서는 의경들의 군기를 잡는 역할을 하는 이른바 ‘기율담당’을 없애기로 했다. 근무수칙 등은 선임이 아닌 부대 지휘나 관리 역할의 경찰관이 직접 지시하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폭행 및 가혹행위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도록 조치한 것은 관행적인 악습에 철퇴를 가해 환골탈퇴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전·의경 관리 개선 대책을 수립 시행해 부대에서 폭행 및 가혹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책마련에 어수선…과연?

이번 307전경부대 탈영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경찰 내부에서도 다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27일 오후 지방청 대강당에서 207전경대를 비롯해 지방청 소속의 5개 상설중대원과 17개 경찰서 112타격대원 중 복무 6개월 미만의 전·의경 150여명을 대상으로 구타·가혹행위와 관련한 소원수리를 받았다.

▲ 인천지방경찰청이 지난 26일 청 대강당에서 소원수리 및 구타, 가혹행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강당에서 전의경들이 설문조사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명점검단(감찰단)’도 운영한다. 감찰단은 전의경 관리부서를 강화하고 전국의 전·의경 관리 실태를 24시간 상시 점검하는 일을 맡는다. 신임대원이 부대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 적응교육도 강화된다. 이론 교육 등으로 실효성이 적은 중앙학교 교육은 폐지하고 지방경찰학교 2주, 부대배치 후 1주의 기간을 편성, 부대생활 적응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가르치기로 했다.

‘특명점검단(감찰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감찰단은 전의경 관리부서를 강화하고 전국의 전·의경 관리 실태를 24시간 상시 점검하는 일을 맡는다. 신임대원이 부대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 적응교육도 강화된다. 이론 교육 등으로 실효성이 적은 중앙학교 교육은 폐지하고 지방경찰학교 2주, 부대배치 후 1주의 기간을 편성, 부대생활 적응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가르치기로 했다.
경찰이 이처럼 전·의경의 고질적인 구타 가혹행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관행화되어 있는 전의경 내부의 문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경찰조직에 폭력문화 만연”

민주당에 따르면 307부대 외에 인천에서는 의경의 자살을 두고 가혹행위 여부를 수사중이고, 충남에서는 백혈병으로 사망한 박모 의경 유족들이 상습적인 구타에 따른 스트레스로 불치병을 얻었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려 호소해 수사한 결과 17명이 처벌을 받는 등 전의경 부대내 폭력 사례는 너무도 많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26일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 입대한 젊은 청년들이 구시대적인 부대 내 폭력에 희생당하는 가슴 아픈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으니 참으로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차 대변인은 “경찰조직에 폭력문화가 만연하는 듯싶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시위진압 시 폭력을 용인하는 경찰의 구태성이 결국 부대 내 가혹행위와 폭력을 용인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조현오 경찰청장이 원주 전경대의 가혹행위 사건이 논란이 되자 해당부대를 해체하겠다는 것에 대해 그는 “부대 내 폭력이 일부 부대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며, “전·의경에 대한 부대 내 폭력을 근절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고, 이참에 경찰조직 내에 만연한 폭력문화를 일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대변인은 “경찰조직이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진 경찰·민주 경찰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의경들과 이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님들의 마음고생이 더 이상은 없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그리고 경찰청장은 가슴에 손을 얹고 문제가 없는지 찬찬히 들여다 봐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군에 갈 때 이런 처참한 상상을 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보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의경이 이경 시절에 말할 수 있는 단어는 “예 알겠습니다”,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라는 세 단어뿐이라는 말이 있다. 창설 28년 만에 불명예를 안고 사라지게된 307전경대를 계기로 전의경 부대의 고질적인 가혹행위의 악습까지 사라지게 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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