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영장 청구 중 7명 기각', 검찰에 수모 안긴 '한화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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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영장 청구 중 7명 기각', 검찰에 수모 안긴 '한화 수사'
  • 서정철 기자
  • 승인 2011.01.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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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청구한 한화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 체면이 말이 아니다.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동안 한화 관계자 300여명 소환 조사, 그룹 본사 등 20여 차례 고강도 압수수색을 통해 전방위 수사를 벌여왔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자금 조성의혹 등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모두 8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1명을 제외하고는(한화기술금융 최광범 전 대표) 모두 기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렇게 초라한 성적표를 내자 검찰 내부에서도 한화 수사에 검찰이 너무 성급하게 영장을 청구하는데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당초 지난해 9월 중순 한화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전격 수사에 나섰던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올들어 비자금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속전속결로 수사를 마무리지을 기세였다.

하지만 법원이 잇따라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는 난항이 불가피해졌다.

법원은 24일 회사에 거액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 홍동욱(62) 전 재무총책임자(CFO)를 비롯한 한화이글스 김관수(59) 대표, 한화건설 김현중(59) 대표 등 전 현직 임직원 5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서부지법 진철 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2월 초에도 홍 전 CFO의 영장을 기각한데 이어 이달에는 한화 S&C 주식 매매가를 불법으로 낮춘 혐의를 받고 있는 삼일회계법인 김모씨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A상무 등 총 4차례에 걸쳐 이들의 영장을 기각해 검찰에 수모를 안겼다.

법원의 판단근거는 간단하다. 검찰이 주장하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범죄혐의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으므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범죄혐의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속전속결로 비자금 의혹 핵심 인물에 대한 신병처리 결론을 내리려던 검찰의 밑그림이 완전히 흐트러진 것이다.

검찰에서는 법원의 잇단 영장기각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검찰수사에 호의적이었던 여론도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무관심으로 바뀌었다. 검찰 일각에서는 수사진이 너무 성급하게 영장청구에만 집착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 비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칼을 꺼내 들었던 검찰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의 배임과 횡령 혐의 쪽으로 수사 방향을 바꾼 점도 눈총을 받고 있다.

비자금 의혹수사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수사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별건 수사' 또는 '불필요한 트집잡기식 수사'라는 비판은 단순히 한화 내부에서만 나오는 소리는 아니다.

20여 차례 고강도 압수수색, 그룹 관계자 등 300여명 소환 조사와 함께 기업 총수로서는 매우 드물게 김승연 회장을 세 차례나 소환 조사했던 검찰이다.

이렇듯 속전속결로 진행될 듯 하던 검찰 수사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일각에서는 결국 '용두사미'식으로 대기업 수사가 끝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미 수사를 통해 얻은 소득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곧바로 홍 전 CFO 등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심도있게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영전반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화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수사초기부터 현재까지 김승연 회장은 물론 기업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불려가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회사경영을 할 수 없었다는 게 한화측의 항변이다.

검찰이 한화 핵심 인물들에 대한 구속 수사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비자금 의혹에 대해 어떤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방향에 대해 "지금 말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상당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잇따른 영장기각으로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과 함께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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