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신임 우리은행장 사실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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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춘, 신임 우리은행장 사실상 확정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3.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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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논란, '아들 병역문제'...'산 넘어 산'

노조 "사퇴 않으면 총파업"...박 내정자 강경 대응할까

우리은행 행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1일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위원장 김인기, 이하 행추위)는 박해춘 전 LG카드 사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확정했다. 그러나 선출 과정에서부터 '낙하산 인사'를 제기했던 우리은행 노조 측은행추위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며, 이날 예정됐던 박 행장 내정자의 기자회견을 무산시키는 등 조직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노조의 봉쇄로 박 내정자와 김인기 위원장은 회견 장소로 이동조차 하지 못했고 기자회견은 보도자료로 대체됐다.

현재 노조는 박 내정자의 사퇴를 주장하고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 노조는 "국민기업인 우리은행을 하루아침에 낙하산 인사로 무너뜨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청와대와 재경부, 행추위는 노조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묵살하고 오늘과 같은 상황을 몰고 온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7일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된 박병원 전 재경부 제1차관과 박 행장 내정자가 동반 사퇴하지 않을 경우 끝까지 투쟁한다는 방침을 세워 우리은행 안팎의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박해춘 내정자는 삼성화재 마케팅 상무 출신으로 지난 98년 서울보증보험 사장을 맡아 20조원 대 부실채권으로 파산상태였던 회사를 5년 만에 정상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어 2003년엔 5조 6천억 원의 손실을 냈던 LG카드의 대표이사로 옮겨와 2년 만에 연속 1조원대의 수익을 내는 우량기업으로 회생시키는 등 구조조정 전문가로 잘 알려져 왔다.

금융권에서는 박 내정자가 그동안 쌓아온 구조조정 경험과 능력을 살려 우리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이 현재 카드, 보험 분야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이 분야 전문가인 박 내정자의 역할에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은행 노조는 은행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출신의 박 내정자가 행장 후보로 확정된 것은 "정권 말기 정부의 나눠 먹기, 코드 인사"라며 "국민과 우리은행 전 직원의 정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노조 "낙하산 인사 박해춘 자진 사퇴해야"

노조는 무엇보다, 박 내정자의 후보 추천 자체가 청와대와 재경부의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공모를 시작한 우리은행장 인선은 박 내정자를 비롯해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의 최병길 금호생명 대표와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의 3파전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박 내정자와 정부의 사전 교감설은 일찍부터 금융권 안팎에서 불거져 나왔다. 즉 박 내정자가 은행장 인선에 참여한 것 자체가 정부와 모종의 물밑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신한금융지주 측의 유임 약속으로 LG카드 사장 자리가 보장돼 있던 박 내정자가 이를 박차고 나와 우리은행장에 뛰어들리 없었다는 얘기. 특히 박 내정자는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로 알려져 있는데 이점 역시 정부와의 사전교감 의혹에 무게를 더하는 부분이었다. 인선 과정 막판에는 청와대 특정 인사의 이름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노조 역시 정통 뱅커출신인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박 내정자를 후보로 확정지은 것은 정부의 개입이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 내정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헤드헌터 업체 5군데에서 지원을 권해 응모했을 뿐"이라며 "인선 과정에서 오히려 정부로부터 역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사전 교감설이 나도니까 평소 잘 알던 관료들도 나에게 전화 한 통 걸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미 시민권자 아들 병역문제 논란도 제기돼

그런가하면 노조는 박 내정자의 아들의 국적문제와 병역문제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아들의 병역 문제와 관련해 심각한 하자가 있는 박 내정자가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무사히 통과 한 것은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는 것.

노조 측 한 관계자는 "박 내정자의 아들이 군대를 면제받은 것은 실정법 상 위반은 아니다"라고 운을 뗀 뒤 "그러나 분명히 도덕적, 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 내정자의 아들은 지난 98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 뒤 국내로 돌아와 한 방송사에 취업을 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돼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고 국내 굴지의 S모 증권사의 미국법인에 취직한 후 한국지사로 파견돼 와서 현재는 국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박 내정자의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이민을 가 미 국적으로 바꾼 뒤 파견근무 형태로 국내회사에서 버젓이 근무하고 있는 것은 도덕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직원들에게 타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면서 "실제로 5년 전쯤 우리은행 모 지점장은 가족의 이민과 관련해 은행 인사 과정에서 사실상 퇴출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자녀의 병역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 은행장을 맡는다면 직원들이 그 사람을 믿고 따르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노조는 박 내정자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을 경우 2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은행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는 노조의 반발에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불도저 스타일인 그가 이번 사태 역시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노조의 저지로 기자회견이 저지된 지난 21일 박 내정자는 후보 추천과 관련해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며 "노조가 막고 있어 못 들어가고 있다. 부딪쳐 나갈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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