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세들, 갈 길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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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2세들, 갈 길 따로 있다?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3.31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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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부회장 '체제 굳히기', 신영자 부사장 '딴 살림 나기'

업계 일각 "신 부사장 호텔롯데 면세사업 떼어 독립" 추측
롯데 "형제간 계열분리 근거 없어...역할 변화 없어"
신 부회장, 은둔형 CEO 탈피 글로벌 롯데 진두지휘

[137호 경제] 롯데그룹 2세들 간 계열분리와 관련한 얘기들이 또 다시 유통업계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최근 한 언론은 롯데가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에게 호텔 롯데의 면세부분을 따로 떼어줌으로써 계열분리를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신 부사장을 롯데면세점 부사장에 임명하고, 호텔 롯데 소속으로 있던 면세점 사업부를 독립시켜 사실상 분리작업을 완료했다는 것. 롯데면세점은 호텔 롯데 매출의 60%가 넘는 부분을 차지하는 알짜 회사로, 매출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롯데 2세들의 승계 구도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추측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신 부회장 형제가 각각 한국과 일본 롯데를 맡는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부분이었지만, 신 부사장의 그룹 내 역할에 대해서는 갖가지 '설'이 무성했다. 특히 신 부사장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그룹에서 분가한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는데, 롯데쇼핑을 가지고 분가한다는 추측에서부터 최근 면세부분 계열분리 얘기까지 다양하게 흘러나왔다.

신영자 부사장, 그룹 승계서 밀리는 까닭은

신격호 회장이 '가장 아끼는 자식'이라고 알려진 신영자 부사장은 지난 97년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을 통해 '유통명가' 롯데의 입지를 다지는데 큰 몫을 담당해왔다. 업계에서는, 오늘날의 롯데쇼핑이 있기까지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이 신 부사장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신 부사장의 딸인 장선윤 상무 역시 롯데의 최고급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오픈하면서 명동 일대를 이른바 롯데타운으로 재 탄생시키는 등 롯데쇼핑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 롯데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부상하고, 지난해 초 롯데쇼핑의 상장을 주도하면서 신 부사장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듯 보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통왕국의 주인 자리를 놓고 신 부회장과 신 부사장, 남매 간 갈등설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물론 롯데 측에서는 "신 부사장은 롯데 쇼핑 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등 실질적 경영권을 갖고 있다"면서 "신 부회장과의 갈등설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곤 했지만 두 사람의 갈등설은 상장과 맞물려 부쩍 힘을 얻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유난히 여성에 대해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롯데인만큼, 신 부사장이 '딸'이라는 한계로 인해 후계구도에서 밀린 것이라는 등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사실 그룹의 주력인 롯데쇼핑의 지분구도만을 봐도 신 부회장은 전체 주식의 14.59%를 소유하고 있고,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사장의 지분도 14.58%에 달하지만 신 부사장의 지분은 0.79%에 그쳐 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이처럼, 롯데그룹 내에서 신 부사장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과 동시에 신 부사장의 '딴 살림 차리기'에 관한 얘기 또한 지속적으로 흘러나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제기된 호텔 롯데 면세부분 계열 분리에 관한 것도 결국 신 부사장의 그룹 내 이런 입지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최근 호텔 롯데는 신 부사장 사촌인 신동립 면세사업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승진시키는 등 조직 변화를 꾀한 바 있다. 이전에 없던 대표이사 체제를 신설한 만큼 이것이 면세사업부를 독립시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

또 신 부사장의 딸인 장선윤 상무가 이 달 초 업무에서 손을 떼고 유럽 등지로 두 달여간 출장을 떠나면서 이 역시도 승계 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롯데 측에서는 장 상무가 휴식을 취하면서 외국에 나가 명품업체들을 둘러보며 재충전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장 상무 귀국 후 면세부분으로의 보직변경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 "신 부사장 그룹 내 역할 변화 없어"

그러나 롯데 측에서는 여전히 신 부사장의 계열분리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롯데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신 부사장의 역할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이어 "호텔 롯데 면세사업부 업무는 이미 4~5년 전부터 관여해오고 있었다"면서 "신동립 대표이사 아래 신 부사장도 일정 역할을 담당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신 부사장이 면세사업부 부사장을 맡은 것은 언론 보도와 같이 최근이 아니라, 지난해 3월부터고, 4월에는 등기임원에 올랐다.

이 관계자는 "신 부사장은 롯데쇼핑과 호텔 롯데 면세사업부 부사장을 겸임하며 양쪽 업무에 모두 충실하고 있다"면서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 전부터 맡아오던 롯데쇼핑쪽에 좀 더 무게가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그런가하면 등기이사 문제 역시 승계구도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미등기이사이고,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에 등기이사로 올라있다고 해서 이것이 향후 계열분리와 관련 있다는 것은 억측"이라면서 "등기임원이야 책임경영 차원에서 상황에 따라 맡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을 호텔롯데에서 분리할 계획도 없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즉 신동립 부사장이 지난 2월 면세사업본부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조직체계 상 변화일 뿐, 계열분리와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 면세부분은 사업 특성 상 기존에도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돼 왔지만, 엄연히 호텔롯데 소속이라고 강조했다.

신동빈 부회장, 중국지주회사 설립 공격 경영

한편, 형제들 간 계열분리 소문이 불거진 것과 맞물려 신동빈 부회장의 행보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롯데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 부회장의 공격적인 활동은 그룹 내에서 그의 단독 경영체제가 공고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 하야트호텔에서 식음료부문 중국 지주회사인 롯데(중국)투자유한공사 출범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 이례적으로 나서 "롯데가 이미 제과, 음료, 백화점, 석유화학 등 여러 부문에서 중국에 진출해 있고, 글로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판단돼 향후 계획도 설명할 겸해서 나왔다"고 말한 뒤 "식음료 지주회사 설립을 계기로 중국에서도 한국, 일본과 같은 체제를 갖춘 롯데 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은둔형 오너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진 신 부회장이 자진해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롯데가 '신동빈 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는 "롯데가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앞으로 신 부회장은 대외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언론에도 더 자주 모습을 비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신 부회장은 '글로벌 그룹'을 향한 롯데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잠재력 있는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 관광, 식음료 등 전 사업 부문에 걸쳐 활발한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데, 특히 이번에 출범한 롯데투자유한공사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식품계열 자회사 9곳의 투자와 연구, 영업을 총괄하게 된다. 일본 롯데와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가 자본금 3천만달러의 1/3씩을 투자한 지주회사로 신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는다. 

또 유통부문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에 러시아 모스크바에 국내 백화점 외국 진출 첫 사례를 만들고 내년에는 중국 베이징의 핵심상권인 왕푸징 거리에 롯데백화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할인점인 롯데마트는 이미 2004년 베이징과 2006년 선전에 직소싱 사무소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또 할인점 사업을 위해 추가로 몇 군데 부지를 확보해, 내년 하반기에 '롯데 베트남쇼핑' 2호점이 문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회장은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도 '신동빈 체제'를 위한 확고히 하기 위한 정비에 나서, 백화점 부문을 총괄해오던 이인원 사장을 지난달 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전보 발령해 자신을 보좌하게 했다. 신 부회장이 직접 본부장을 맡는 정책본부는 롯데그룹의 핵심적인 의사결정 및 경영전략을 수입하는 조직이다.

또 롯데의 홍보기능이 경쟁사에 비해 뒤쳐져있다고 판단, 그룹 임원들에게 홍보 강화를주문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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