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테크 ‘중고부품 사용 의혹’ 둘러싼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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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테크 ‘중고부품 사용 의혹’ 둘러싼 진실공방
  • 김진아 기자
  • 승인 2011.01.17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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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고집이 낳은 비극?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 중소 PC업계의 신화, (주)주연테크. 직원 4명의 작은 회사에 불과했던 주연테크는 오로지 한길만을 달려왔다. 이 결과 15년 연속 흑자, 한때 삼성에 이은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성공신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노트북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데스크톱 시장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연테크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공장이전을 단행, 겨우 위기를 모면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더 큰 암초를 만나고 말았다.

구조조정에 반발한 노조 측이 주연테크가 오랫동안 중고 부품을 사용해 제품을 판매해왔다며 의혹을 제기, 급기야 감사원 등 관계 당국에 고발까지 하고 나섰다.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매일일보>의 자매지 <파이낸셜투데이 www.ftoday.co.kr>가 그 내막을 추적해봤다.

성공가도 달리던 주연테크,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추락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발한 노조, 각종 의혹 제기 법정 공방 불사

▲ 주연테크 안양공장
주연테크는 본래 ‘주연(株硏. 주식연구소)’이란 뜻을 가진 주식분석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1992년, 지금의 주연테크 송시몬 회장(44)은 아버지에게서 사업체를 물려받은 후 ‘주연(主演. PC업계 주인공)’으로 바꾸고 PC조립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불과 3~4대씩 팔던 것이 인터넷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05년에는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리고 이듬해 꿈에 그리던 상장에 성공했다. 주연테크는 상장 후 1만4350원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쳤다.

PC업계의 신화 주연테크, 추락한 까닭

▲ 송시몬 주연테크 회장
그렇게 잘나가던 주연테크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상장 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조금씩 주가 하락세를 보이던 것이 끝없는 추락을 거듭, 상장 2년 만에 210원(2008년 기준)까지 내려가 ‘깡통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주연테크의 성공 열쇠였던 데스크톱 시장이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오너의 고집이 낳은 비극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송 회장은 노트북 시장이 30~40% 급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트북 생산을 위한 투자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별다른 호재도 없는 상황에서 매출이 기대되는 통로를 스스로 막아버렸다는 지적이다.

반면 송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매각하여 10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거둬들여 주식부호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주연테크 지회장 곽은주씨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송 회장은 벌어들인 투자이익을 회사 발전을 위해 쓰지 않고 제 잇속만 챙겨 갔다”고 힐난했다.

그는 “(송 회장이)정말 회사를 생각했다면 주식으로 얻은 수익을 신사업에 투자했어야 했다”며 “요즘에는 다들 넷북이나 노트북을 쓰는데 별다른 기획 없이 데스크톱 PC에만 매달려 있으면 시장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곽 지회장은 송 회장의 영업방식에 대해서도 “생산량이 많이 줄어서 제품을 팔아 얻는 수입으로는 회사가 버텨낼 수 없다”며 “매출의 절반은 주식으로 벌어들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송 회장은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해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연테크의 최대주주(49%)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조의 맹공격에 못 이겨 자리에서 내려오긴 했으나 회사를 기울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주연테크, 중고 부품 사용 의혹 ‘일파만파’

급기야 지난해 8월 노조는 회사가 중고 부품을 사용해왔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몇몇 언론사가 취재에 나섰고, 이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 곽은주 금속노조 경기지부 주연테크 지회장
모 언론사는 직접 구매한 주연테크가 제조·생산한 제품을 분해해 본 결과 새 것이어야 할 하드에 파일이 저장되어 있었다. 심지어 한 달 가량 사용한 흔적이 있고 회사 판매 기록과 업무일지, 심지어 개인 정보도 있었다.
 
곽 지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주연테크는)이러한 중고 부품을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A/S 받은 제품들이 고스란히 작업대로 돌아온다. 소비자들은 컴퓨터 안은 잘 뜯어보지 않으니까 알 수가 없다. 먼지가 쌓이고 태그 색이 바랄 정도로 오래된 부품들을 계속 돌려쓰기 때문에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노조측 주장에 대해 주연테크 홍보팀 관계자는 펄쩍 뛰었다. 김동환 팀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중고 부품 의혹은 노조 측과의 사이가 틀어진 탓에 부풀려진 이야기다. A/S 부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 노조 측에서 증거자료로 내놓은 사진들에 대해서는 “사진에 찍힌 장소가 안양공장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다”며 “부품 조립을 위해서는 어차피 비닐을 뜯어야 하기 때문에 비닐포장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중고라고 볼 순 없다”라고 해명했다.

진실은 법정에서 판가름 날 듯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주연테크를 사기죄로 고발했으며, 현재 마포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노조는 조달청과 주연테크간 검은 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 지난 11일 주연테크 노조와 시민단체가 연대해 조달청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하고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주연테크가 ‘중고 부품을 사용하고도 정부의 중소기업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2000년 조달청 PC공급업체로 선정된 이후로 지금까지 대검찰청을 비롯한 육군본부 등 주요기관에 납품해오고 있었다.

이에 노조는 ‘국민의 혈세를 강탈하는 중대범죄’라며 송 회장과 조달청을 구속처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김동환 팀장은 “주연컴퓨터는 소비자 판매가 80% 라서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노조측)유언비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곽은주씨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 법원결과가 나오면 회사측 입장을 정리해서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주연테크의 중고 부품 사용 의혹은 검찰과 법원의 수사 결과에 따라 진실과 거짓이 가려질 것으로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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