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법’은 자고 있는데...포항으로 달려간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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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법’은 자고 있는데...포항으로 달려간 정치인들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7.11.16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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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반대' 정부와 각세우기 열심
법안 방치하고도 '내진 보강' 목소리 높여
규모 5.4지진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6일 오전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이재민들을 격려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16일 오전 앞다퉈 포항 지진 피해현장으로 달려갔다. 

여야 지도부가 전날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을 찾아 피해 현황을 보고받고, 주민들을 위로하는 것과 관련해 정치인으로서 당연하다는 의견과 함께 국회가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 더 치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역대 최고 강진이 발생한 이후에도 지진 관련 거의 모든 법률이 계류되어 있어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가 관련법 미비로 민간의 지진피해를 키우고 있는데도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쇼맨쉽에 너무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주 지진 이후부터 전날 포항 지진까지 국회에 발의된 지진 관련 정부·의원 법안(지진·화산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16개 중 단 2개의 법률만이 통과되어 공표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두 법률마저도 '업무주관 기관'을 바꾸거나 '시설물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행정제도적 측면에 머물러 있고, 나머지 '민간 내진보강·설계에 정부예산을 보조'하는 등 14개 법률안은 국회에서 길게는 1년 2개월동안 잠자고 있다.

국회가 큰 재해나 범죄가 터졌을 때만 반짝 법을 발의하고, 후속조치에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6일 오전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을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이재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한국당은 재난 대처에는 '여야가 없다'며 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선포했지만, 정작 포항 지진 피해 현장을 찾은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며 정쟁을 벌였다. 그는 "원전은 강도 7.5를 기준으로 짓는다. 좌파들이 원전을 방해하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직전 "재난에는 여야가 없기 때문에 합심해서 여러분을 지원하는 데 한국당이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이 무색해졌다.

바른정당의 몰락으로 원내 제3당의 입지가 더욱 강해진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도 정쟁을 부를 발언을 삼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안 대표는 포항 현지에서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은 변함없다"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홍 대표와 안 대표 두 사람은 정당 지도자로서 그동안 국회가 지진 관련법 처리에 무관심했던 점에 대해서도 눈을 감았다. 오히려 지진 대비가 부실한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우선 전반적으로 내진 진단이 필요하다. 기존 건물과 공단들, 원전들 모두 다 제대로 지진에 대해 대처할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는지 점검하고 보강해야된다. 두번째로, 이제 국민들이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훈련을 정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 대표도 건물의 내진 문제에 대해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반성의 말은 없었다.

재해 전문가들은 천재지변 관련 법안이 일본처럼 촘촘히 마련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포항 지진처럼 재해가 발생했을 때 하는 사후적 처방(특별재난지역 선포, 예산 증액)은 사실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국회 지도자들의 반성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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