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일 당장 네이버가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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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일 당장 네이버가 사라진다면?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7.11.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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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정경부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자고 일어나 네이버에 더 이상 접속할 수 없다고 상상하니 아이유의 분홍신 가사가 절로 나온다. 금단 현상이라도 온 듯 손을 덜덜 떨며 하루를 보낼 것 같다.

실제로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9월 한 달간 전국 2만3000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네이버가 유튜브와 카카오톡에 이어 이들의 전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의 7.3%를 차지했다. 

기자만 하더라도 네이버를 하루에 수십 번 들락날락한다. 검색 한 번만 하면 맛집이나 길도 금방 찾아줘 친근한 친구다.

그런데 가끔씩은 이 친구가 말썽이다. 얼마 전 급작스레 사고로 사망한 배우 故 김주혁씨의 사망 관련 소식 영상에도 흥겨운 광고를 앞에 실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포털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사회 곳곳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IT 시민단체가 “자사의 간편결제시스템인 네이버페이 이용을 유도했다”며 네이버를 신고해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달 31일 정무위 국감에서도 의원들이 “네이버가 뉴스서비스를 임의적으로 제공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2015년에 다음카카오에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제안해 언론사와의 제휴여부를 두 포탈이 공동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우리는 네이버를 뭐라고 규정해야 할까. 네이버의 방향성을 묻기 전 성격을 정의하는 게 우선이다. 언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6%가 ‘포털은 언론’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서울고등법원도 네이버가 취재·편집·배포 기능을 갖춘 언론매체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네이버는 대중에게 뉴스와 이슈의 중요도를 제시하는 언론매체이면서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는 인터넷 플랫폼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 국감에서 후자를 강조해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인 구글의 광고 시장 독과점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창업자가 말한대로 “네이버는 뉴스를 생산하지 않기에 언론이 아니다”고 할 순 없다. 그러기엔 우리가 네이버에 올라온 뉴스를 너무 자주 쉽게 접한다.

그는 최근 뉴스 배치 조작 대응책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알고리즘 편집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투명하지 않은 알고리즘 자체가 두렵다. 하지만 내일 당장 네이버가 사라진다는 건 더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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