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5년만’이라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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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5년만’이라는 게 아쉽다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7.10.29 10: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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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정부가 공기업을 포함, 공공기관에 대한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한다. 조사대상으로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330곳, 지방의 공기업과 공공기관 824곳 등은 물론이고 공직 유관단체 1089곳을 망라하고 있어 2000곳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채용비리 연루자에 대해서 직급과 보직과 관계없이 업무에서 즉시 배제하고 해임 등 중징계를 원칙으로 무거운 처벌을 부과한다고 한다. 또 비리로 채용된 사람은 일부 예외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퇴출한다는 방침이라 공공기관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비리에 연루된 개인이나 기관의 성과급은 환수하고 인사비리 청탁자는 실명과 신분을 공개한다고 하니, 채용비리 전수조사의 파장이 단순히 공직사회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만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그럼에도 반칙과 특권이 횡행했으니, 전수조사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낸다면 대한민국 청년들 사이에 만연한 ‘수저계급론’도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까싶다.

뿐만 아니라 최악의 실업대란에서 허우적대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까지 기대된다. 벌써부터 채용비리로 인해 공석이 될 자리를 채우느라 공공기관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여기저기서 확인된다. 마침 공공기관 채용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라 취준생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는 앞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5년간 공공부문에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는 공무원 외에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등을 통한 사회서비스(보육·보양 등) 일자리 34만 개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채용비리를 엄단할 경우 새로운 채용에서도 공정성이 담보될 것은 불문가지다.

이처럼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전수조사는 여러모로 기대되는 바가 크다. 다만 조사범위가 ‘최근 5년 전까지’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채용비리가 말단 신입들을 걸러낸다고 사라질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채용비리 전수조사의 도화선이 된 강원랜드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드러난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2012년과 2013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 518명을 채용하면서 95%에 해당하는 493명을 청탁 대상자로 처음부터 별도 관리했을 정도로 ‘간 큰’ 비리인데, 이 정도의 채용비리가 갑자기 일어날 수 있겠는가. 최근 5년 전까지만 전수조사할 경우 2012년도 이전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눈 감아 주겠다’는 의도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오해의 소지는 또 있다. 최근 5년으로 조사범위를 한정하면 시기적으로 이명박정부 말기부터 박근혜정부까지의 채용비리 조사에 그치게 된다. 야권에게 ‘지난 정권의 비리를 겨냥했다’는 비판의 빌미를 주게 된다. 실제 자유한국당에서는 해묵은 문준용 씨(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의 취업 의혹 건을 다시 들고 나왔다.

정부가 이왕 야권의 비판을 감수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18대 국회(2008년~2012년) 기간의 채용비리까지도 전수조사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강원랜드 채용비리에는 19대 국회의원들이 연루돼 있다. 우리 사회 ‘힘 있는 사람’의 대표격인 국회의원들의 탈선이 19대에만 한정됐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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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백서 2017-10-29 13:31:36
똑똑하십시다..내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