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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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7.10.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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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준 정경부 경제팀장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빚 내서 집 사는 시대는 끝났다”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24일 발표한다. 대책의 핵심 골자는 앞으로 대출 심사 시 차주의 상환능력을 소득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를 천명했다. 그간 역대 정부마다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은 집값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내수 침체 해결책으로 유동성을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가 조장한 이 같은 분위기로 가계부채는 연일 급증해 지난 8월말 기준 140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까지 빚을 통한 ‘부동산 불패’는 당연시 됐다. 하지만 1400조원이란 가계부채가 뜻하는 부동산 불패 신화는 뒤집어 말하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해 대출금리가 0.5%포인트(p)만 올라도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 규모가 4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p 오르면 대출금리는 최대 3%p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글로벌 금리 인상 시점이 눈앞에 닥쳤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국감에서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자국의 금리를 높인다.

한은 역시 당장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 이후 시중금리 오름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를 돌파했다. KEB하나은행은 23일 주택담보대출에 3.827∼5.047%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3.74∼4.96%에서 0.087%p 오른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시기 차이 일뿐 5%대 주담대 금리는 기정사실이다.

유동성 파티가 끝난 후 필연적으로 긴축이 기다리고 있다. 각 경제 주체들은 금리 인상 시기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좀비기업 퇴출과 가계부채의 정상화를 통해 한국 경제는 다시 재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부동산 버블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겪은 두 국가는 현재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고통스럽겠지만 이번 정부에서 한국 경제의 재도약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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