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다는 정부 ‘로또 아파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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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는다는 정부 ‘로또 아파트’ 딜레마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7.09.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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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강남 재건축 정조준…파격 분양가에 ‘로또’ 논란
분양가 상한제 등에 로또양산 우려 vs ‘집값 안정’이 해법
지난 1일 오픈한 ‘신반포 센트럴자이’ 견본주택에는 주말까지 3일간 약 2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신반포 센트럴자이’ 견본주택이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GS건설 제공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가가 잇따라 하향 조정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로또 아파트’ 양산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해서 ‘로또’란 말이 붙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고강도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6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삼성물산[006360]이 이달 분양하는 서울 강남 개포동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160만원으로 확정됐다. 이곳은 당초 분양가가 4500만~4600만원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분양가는 200만원 이상 낮게 책정됐다.

앞서 GS건설[028260]의 ‘신반포 센트럴자이’도 3.3㎡당 평균 분양가가 4250만원으로 시장 예상가보다 낮게 책정됐다. 지난해 현대건설[000720]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3.3㎡당 평균 분양가가 4137만원으로 확정된 것을 감안, 최고 4700만원까지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400만원 이상 낮아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가 이미 시행됐다고 보고 있다. 주택분양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분양보증기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건설사와 재건축조합이 책정한 분양가보다 낮은 분양가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강남4구·과천) 사업장의 분양가를 계산할 때 1년 내 근처에서 분양한 단지가 있으면 그 평균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만약 1년 이내에 분양한 사업장이 없으면 분양한 지 1년이 넘은 단지 평균 분양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책정한다.

8·2대책 시행 한 달 동안 집값 급등세는 진정되는 모습이었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책정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술렁이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로또’ 분양이란 말이 이상하지 않다.

실제 지난해 8월 분양한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전용 84㎡의 경우 현재 웃돈이 2억원 가량 붙어있다. ‘신반포 센트럴자이’ 인근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21억원으로 3.3㎡당 620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시세차익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오히려 ‘현금 부자’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8·2대책으로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아예 제한돼 현금 부자가 아니면 청약 자체가 어렵다. 11억원인 ‘신반포 센트럴자이’ 59㎡의 경우 중도금 40%를 제외한 7억원의 현금이 있어야 청약이 가능하다.

이러한 논란은 내달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더욱 거세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시세의 85% 정도로 분양돼 당첨 시 최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역시도 8·2대책으로 현금이 많은 부자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강남4구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가운데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아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단지는 70여곳, 6만여가구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은 집값 안정화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가격 안정화 정책을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결국은 시장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집값이 잡히면 자연히 로또 논란도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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