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남산예술센터ㆍ아트선재센터 공동제작 연극 '천사 - 유보된 제목' 29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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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남산예술센터ㆍ아트선재센터 공동제작 연극 '천사 - 유보된 제목' 29일 개막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7.08.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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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공간 자체로 작품제작, 예약관객 하루 40명 만 관람가능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인 장소특정 공연 <천사 - 유보된 제목(연출 서현석, 아트선재센터 공동제작)>을 오는 8월 29일 부터 9월 3일 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선보인다.

일반적으로 공연은 극장이 주는 특수한 장소성과 시간성을 통해 완성되지만, <천사 - 유보된 제목>은 일반적인 치장을 하지 않은 극장의 공간 그 자체로 작품을 제작했다.

  • - 극장 공간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 '천사-유보된 제목' 8월 29일 개막
  • - 하루 40명 관객, 총 240명 각기 단독 관람... 60분간 극장 곳곳 마주하는 연극
  • - 서현석 연출, “극장 속 고독한 여정에서 자신의 내면과 조우하게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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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 유보된 제목' 공연 포스터 (8.29.-9.3) <서울문화재단 제공>

공연 관람을 위해 극장에 도착하는 관객은 MP3 플레이어를 지급받는다. 관람객 단 한 명을 위한 공연이 시간에 맞춰 시작되면, 지급받은 MP3 플레이어 속 지시에 따라 남산예술센터로 입장한다. 

60분 동안 평소에 접근할 수 없었던 장소들을 대면하게 되고,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VR을 통해 그동안 살펴본 공간을 다른 관점으로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천사 - 유보된 제목>이라는 작품의 제목은 나치를 피하는 긴 여정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를 인용했다. 

벤야민은 이 글에서 죽음을 앞두고 탈무드에 기반을 둔 종교학과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정치학을 기묘하게 섞은 자신의 역사관을 정리한다.

이 글에서 벤야민은 본인의 애장품이기도한 파울 클레의 드로잉 <새로운 천사>를, 도래하지 않은 구원에 대한 희망과 절망이 섞인 그의 문학적 사상의 중심에 놓는다. 그림 속 천사의 얼굴에서 그는 순수함 속에 깊이 스며든 멜랑콜리와 공포를 발견하고 이를 현실에 대한 고독한 통찰로 이어냈다.

“천사의 얼굴은 과거를 향하고 있다. 우리가 여러 다른 사건들로 파악하는 과거가 천사의 눈에는 하나의 거대한 대참사로 보인다. 그것은 천사의 발 앞에 계속 잔해들을 게워낸다. 천사는 그곳에 머물며 죽은 자들을 깨워내고 부숴진 것들을 다시 온전한 하나로 복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천국으로부터 불어닥치는 폭풍이 그의 날개를 꺾고, 그 과격한 힘을 이길 수 없는 그는 미래로 떠밀린다. 하늘을 향해 치솟는 엄청난 잔해 더미를 바라보기만 하면서.” (발터 벤야민)

파울클레 作 '새로운 천사'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현석 연출은 “최근의 대한민국은 이러한 천사를 갈구했을지도 모르겠다”며, “<천사 - 유보된 제목>은 벤야민의 문학적 상상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거칠면서도 고독하고 몽환적인 연극적 상황을 제안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몽환적인 감각들로 채워진 극장의 공간들과 영상을 통해 만나게 될 환상은 관객의 내면을 반영한다. 극장 안에서 만나는 환영이 작품 제목처럼 천사로 남을지 혹은 다른 것으로 기억될지는 작품을 만나는 관객의 몫이다. 작품은 음영이 뒤바뀐 거울처럼 관객의 마음을 비춘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서현석은 영등포 시장(<영혼매춘>), 세운상가(<헤테로토피아>), 서울역(<헤테로크로니>), 전시장(<연극 - 서현석展>) 등의 다채로운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다.

서 연출의 작품은 관객이 낯선 장소 혹은 익숙한 장소에서, 그 장소를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도록 두 눈을 가린 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여정을 떠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공연의 관객은 객석에 앉아 무대장치와 희곡을 통해 공동체적인 감각을 공유한다. 하지만 서 연출은 관객의 체험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닌, 관객이 직접 걸으며 현장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상황을 경험하는 장소특정 퍼포먼스 작품들을 제작해왔다.

남산예술센터는 시즌 프로그램을 통해 연극계 안팎으로 동시대에 새롭게 시도되는 다양한 형식적 실험들과 소통함으로써 현대예술을 수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6년 시즌 프로그램 <아방가르드 신파극> <변칙 판타지>로 극장의 관성을 깨는 시도를 했다면, 2017년에는 극장을 보다 과감하게 사용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하루 40명 관객만 관람가능한 특정장소 퍼포먼스

60분 동안 한명의 관객이 극장을 여행하는 <천사 - 유보된 제목>은 하루 40명의 관객만 관람이 가능하며, 예매를 통해 사전 예약된 시간에만 공연이 진행된다.

작품소개 - [극장 앞에 도착한 나(관객)는 홀로만의 자리에 앉는다. 문 너머로 덩그러니 건물 하나가 보인다. 극장이다. 인기척이 없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 객석에도 아무도 없다. 무대 역시 텅 비어 있다. 자리에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드라마’가 발생하지 않는 무대는 외롭고도 낯설다.

문득 조명이 꺼지고 객석이 밝아지자 먼 곳에 한 사람이 보인다. 나처럼 홀로 앉아 있다. 그는 홀연히 다가와 무심하게 옆자리에 앉는다. 모든 극장에는 귀신이 산다고 했던가.다시 객석이 암전된다. 그의 기척이 느껴진다. 그는 손전등을 비춘다. 손전등은 나를 어디론가 이끈다.

눅눅한 어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소리들의 습격을 지나면 갑자기 온통 밝아진다. 눈이 부시다. 분장실이다. 방 한쪽에 그가 앉아 있다. 이제야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어린 소녀다. 어떤 악마적인 동기가 숨어 있을 거라는 두려움이 녹아버린다 다시 깔린 칠흑 같은 어둠을 다시 소녀의 작은 빛이 가른다.

소녀는 다시 나를 방 밖으로 유도한다. 소녀가 비추는 빛을 따라 가까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엄청난 폐허 더미를 지나간다. 잔해 너머에는 또 다시 어둠. 그가 앉혀주는 의자에 가까스로 몸을 지탱한다. 천천히 어둠이 가시며 눈앞이 밝아진다. 아주 작은 형체가 보인다. 곧 그 형상마저 사라지고 소녀가 멀리 나타난다. 나에게 손짓을 한다. 나는 안개 속을 헤치면서 가까스로 그에게 다가간다. 그가 손에 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어둠이 나를 감싼다. 다시 소녀의 빛을 따라 어디론가 걸어간다.

앞에서 고요한 바람이 불어온다. 불편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아래쪽에서 아른거린다. 겨우 보일만 한 것은, 극장의 무대다. 텅 빈 무대. 무대가 사라질 무렵,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점점 강해지더니 폭풍처럼 몰아친다. 굉음이 울리고, 바람 속의 부드러운 이물질들이 얼굴을 날카롭게 애무한다. 번쩍. 눈 앞의 섬광은 어둠 속의 검은 날개를 어렴풋이 비춘다.

폭풍이 지나가고 다시 소녀를 따라간다. 문을 연다. 밖이다. 숨통이 트인다. 소녀는 앞서 계단을 오른다. 자꾸 올라간다. 가까스로 소녀를 따라가자 멀리 남산타워와 건물들이 보인다. 난간 옆에 있는 문을 연다. 커다란 방이 나타난다. 텅 빈 방.  연출 - 서현석 ]

<천사 - 유보된 제목>은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예스24공연 등 예매사이트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능.(문의 02-758-2150)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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