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편한 문제 해결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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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간편한 문제 해결 방법은 없다
  • 고영상 변호사
  • 승인 2017.08.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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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상 변호사.

[매일일보] #1. 지난 8. 2.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거 같지만, 실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수십년간 낙후된 아파트에서 살면서 피해를 받았고, 이제 조금 나은 환경에서 노후를 보내려고 하는데 왜 정부가 방해를 하느냐는 논리이다.

#2.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동호회의 펜션이 논란이다.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펜션에서 회원들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다닐 수 있고 일부 회원들은 누드차림으로 있었다고 한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복장은 자유, 타인의 복장은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이미 누드펜션으로 낙인찍혔고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해당 지자체로부터 폐쇄명령을 받았다.

전혀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위 사건들은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이 충돌할 경우와 정부의 정책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끔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주고 상대방을 완벽하게 무시하는 방법이다.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여 파국을 부를 수 있고, 짧은 시간 안에 결정의 번복을 가져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갈등이 재판절차로 확대되면 사법부가 판결을 통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법원이라고 특별한 묘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익형량’ ‘법익 균형성’이라는 추상적인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데, 그 판단이 때로는 환영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반 시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질 때도 있다.

판결의 특성상 제한된 시간과 절차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므로 사회적으로 갈등이 있는 사안은 판결 이후에도 늘 후폭풍이 뒤따른다. 사회적 갈등이 있는 사안은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함에도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최후의 문제해결 방법인 재판절차를 우리 사회가 이를 너무 간편하게 이용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이 정비되었다. 지금까지는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와 탈권위에 국민들이 엄청난 지지를 보내줬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여러 이유로 지지자들의 이해와 상충되는, 또는 그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 때 정책의 조속한 성과에만 집착하여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대화를 통해, 반대편을 설득하여 최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혼란만 야기하다가 결국 좌초되는 경우를 우리는 여러 번 경험했다. 권력에 의해 끌어갔던 정책들은 권력이 빠지면 우리 사회의 짐으로 돌아올 뿐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한 번쯤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고영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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