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간이 힘든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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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간이 힘든 세상에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7.05 13: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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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이정윤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내가 너 데려다가 원룸에서 살림 차려? 나는 너한테 A급, 특급은 못해줘도 그냥 중간만큼은 해주고 싶었어. 작은 전세 하나는 구해놓고 시작하고 싶었다고. 근데 내가 6년 동안 아무리 악착같이 일을 해도 그 중간이 힘들더라.”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내용 중 일부다. 결혼을 전제로 6년간 만나온 여자 친구와 끝내 이별한 후 털어놓은 한 남자의 고백이다. 유독 이 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평범한 서민에겐 나와 내 가족이 함께 지낼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란 방증이기도 하다.

5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셋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0%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서울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고공행진 하는 전셋값을 서민의 월급으로 따라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버는 돈에 비해 빠르게 오르는 주거비용은 많은 이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서민 주거안정을 이루겠다는 게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목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서민 주거안정 문제에 있어 확실한 처방이긴 하지만 사업 진행에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이로 인해 지금 당장 주거비용의 급격한 상승 속도를 조절해 줄 ‘전월세 상한제’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민 절반가량이 전·월세로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매달 혹은 2년에 한 번씩 느낄 임차인들의 부담을 덜어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 또는 월세의 인상률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전월세 가격 급등 등 부작용을 초래, 오히려 시장이 더 불안정해 질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소규모 주택에서 작게나마 임대소득을 마련해 노후대책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돈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임차인으로 살아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임대인은 돈이 많고, 임차인은 꼭 돈이 없다는 공식이 늘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을 시장에 적용할 땐 늘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새 정부는 어느 한 쪽에 치우쳐 불협화음을 야기하는 정책보다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을 통해 서민 주거안정을 이뤄야 한다.

앞으로 5년 후엔 ‘중간이 힘들더라’는 드라마 대사에 지금보다는 덜 절절한 우리가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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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신고싶다 2017-07-05 14:44:45
저도 그 장면보고 울컥했었어요~전세계약 만료될 때마다 벌벌 떠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