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심전심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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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심전심의 미학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6.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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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회부 이정윤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저희는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 한 부부가 해 질 녘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를 데리고 여유롭게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김포시에 블록형 단독주택을 선보인 한 건설사 관계자가 올해 2월 분양 당시 한 말이다.

여러 견본주택을 방문하고 설명회에 참석해봤지만, 이 곳의 경우 유독 살고 싶다는 사심(?)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전문 프레젠터나 분양 관계자가 아니라, 이 단독주택을 직접 설계한 전문가가 설명회 전면에 나섰다. 설명회 끝에는 ‘주거 상품’이 아닌, 살기 좋은 ‘주거 공간’을 짓고자 한 그의 철학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결과 525가구 모집에 총 1만7171건이 접수돼 평균 33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단지가 마감됐다.

이는 미분양 무덤으로 이름난 김포 지역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 물론 인구 증가와 교통 호재 등으로 김포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다소 부담스러운 분양가임에도 좋은 성적으로 완판을 기록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한편 이달 초 안산에 분양된 한 아파트 단지도 최근 최고경쟁률 102.5대1, 평균경쟁률 7.5대1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곳의 경우 건설사가 직전에 공급한 아파트 단지 수요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단지를 조성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최신 트렌드에 따라 단순히 ‘좋아 보이는’ 아파트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혹은 앞으로 거주할 사람들의 생생한 요구사항을 섬세하게 반영한 것이다.

특히 상품성이 가장 뛰어난 최상층을 입주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로 조성한 것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상품을 매개로 이윤을 창출해야하는 공급자 입장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조금은 이율배반적인 선택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양 관계자는 이 단지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동이나 층수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지가 갖는 훌륭한 조망권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집’을 대하는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투자 대상이거나 단순히 사는 곳이었다면, 최근에는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생활문화공간 또는 안식처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두 경우 모두 최적의 입지와 브랜드 파워가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쌓아갈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공급자가 수요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전략의 첫걸음이 아닐는지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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