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못 믿을 증권사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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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못 믿을 증권사 리포트?
  • 공인호 기자
  • 승인 2017.06.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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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같은 금융업계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말씀드리기는 좀 죄송하지만, 우리나라 증권사의 리서치리포트는 객관성에 있어서 쓰는 사람 또는 업자들 사이에서도 별로 신용을 안합니다"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소위 '재벌 킬러'로 눈도장을 찍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모 방송사에 나와 언급한 말이다. 주식시장에 한두번 기웃거려본 개미(개인투자자)라면 별달리 새삼스러울 것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로서는 적잖이 당혹스러울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일 전인미답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증권사 신규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까지 겹치니, 일선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들로서는 얼굴이 화끈거릴법 하다.

별안간 '뜬금포'를 맞은 증권가에는 주 전 사장의 일방통행식 경영스탈일을 언급하며 이런 발언을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주 전 사장은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절 고객의 주식위탁계좌를 상담·비상담 계좌로 나눠 수수료 체계를 달리하는 '서비스 선택제'를 강행했다 임직원들의 항명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 '매수' 일색의 리포트 문화를 타파하고자 일정 비율의 매도 보고서를 쓰도록 압박해 내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세간에는 삼성(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한화투자증권의 부정적 리포트가 사퇴의 발단이 됐다고 알려졌지만, 주 전 사장은 임기 중에도 심각한 내홍으로 자진사퇴 압력에 시달렸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 전 사장의 쓴 소리를 마냥 '정신 나간 소리'로 치부하기도 쉽지 않은 게 증권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미완으로 끝났지만 주 전 사장이 고안한 여러 제도는 충분히 '혁신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매수 편향의 리포트에 대해 "주요 기업들이 다 재벌기업에 속해 있고, 한 기업에 대해서 불리한 얘기를 하면 그 기업이 속해 있는 나머지 재벌 기업들한테 다 조림을 당하니 애초에 알아서 기는게 있다. 사례는 많다"라고까지 했다. 

주 전 사장의 말처럼 대기업과 증권사간 '갑을 관계' 해소는 증권업계의 숙원과제가 된지 오래다. 최근에는 잠잠해졌으나 2년여 전 현대백화점의 리포트 삭제 압박은 증권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으며, 삼성 합병 이슈가 한창이었던 지난해에도 증권업계의 암묵적 리포트 담합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었다.

현대백화점 이슈 때는 애널리스트들이 성명서까지 내며 공동대응에 나서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건전한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4자(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협의체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수 일색의 리포트 관행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새 정부 들어 소액주주들의 권리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경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제고하는데 긍정적 요인이다.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간 합종연횡을 통한 덩치 경쟁도 증권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든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환경과 제도 탓으로 일관하며 '을'의 현실에 안주해온 증권사들 역시 실추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저마다의 자정 노력을 병행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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