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TV를 점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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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TV를 점령하나?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2.02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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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선거운동’ vs ‘원칙적 발언’…대통령 신년 회견 ‘논란’

[129호 정치]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으로 정치권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나라당 등 야당은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며 ‘선거 개입’ 논란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3월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지지를 바라며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전 선거운동’ 논란에 휩싸였고 야당은 정지 쟁점화를 시도했다.

당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노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탄핵안 발의를 주도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야당이 어떻게 대처할지도 주목된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기자회견 문답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 선거법 위반소지가 없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선관위측은 논란이 확산되자 헌법재판소 판례를 봤을 때 능동적, 계획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했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번 대선에서 열린우리당 대선후보를 찍어 달라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며, “중립의무 위반, 정치개입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열린우리당을 좀 도와달라’는 여당 지지호소 발언 ▲‘경제로는 차별화가 안된다’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 등 크게 2가지 사안을 두고 “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선에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여당 지원호소’ 했나? 안했나?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5일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탈당 러시’ 및 ‘당적 정리’ 문제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현 상황과 관련해) 국민께 송구하며, 당원에게도 미안하다.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신당을 만들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이 당의 진로에 부담이 된다면 당적을 정리할 수도 있다”며 “대통령이 미워도 열린우리당처럼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는 당을 키워주셔야 한다. 열린우리당을 대통령과 결부하지 말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해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상 여당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문제는 대통령의 말이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신년회견이었다는 점이다. 언뜻 보기엔 TV를 시청 중인 국민에게 직접 여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호소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가져왔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고 이에 야권은 ‘형평성’ 논란을 제기 중이다. 노 대통령이 방송을 독점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에도 반론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한나라, “형평성 문제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탈당하라면 내가 나갈테니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의 허물을 덮어주고 도와달라’고 한 것은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라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겠다’고 하지만 결국은 대통령선거 운동을 지원해 주기 위한 위장탈당, 기획탈당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발언은 정치권으로 하여금 노 대통령이 지난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그해 2월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해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대통령의 발언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탄핵주역’ 중 한명으로 꼽히는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지난 26일 SBS라디오에 출연, “기자회견 문답 중 기자가 물었더라도 대선에 개입하는 발언을 해도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받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선과위 유권해석 받을까?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인 한선교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 당시의 불법개입에 이어 이번 대선에도 불법 개입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매우 심각한 정치적 논란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중립의무 위반, 정치개입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 한나라당이 제기하고 있는 ‘위장(기획)탈당’이라는 의혹과 관련해선 “탈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에 소중하니까 탈당을 자제해 달라고 하는 부탁의 말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며 “열린우리당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거론하거나 논의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 ‘이명박’ 겨냥했나? 안했나? = 논란이 되고 있는 두 번째 사항은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를 언급하면서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대선의 핵심쟁점을 언급하면서 “올 대선의 핵심쟁점은 사회적 자본, 인권과 같은 역사적 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경제 문제는 대선후보간 차별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제는 ‘기본’일뿐, ‘핵심’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다른 대선 핵심쟁점은) 열정과 성실성, 사회복지에 대한 의지,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본에 대한 인식 등이 시대정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수의 국민이 차기 대선의 핵심쟁점을 ‘경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편함, 그래서 국민의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보려는 의도는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 문제 이슈화 거부감?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하는 데는 ‘경제 살리기’를 모토로 내세우면서 현재 50% 이상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전 시장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책에 무슨 차별성이 있느냐”면서 “세계에 경제를 살린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도, 정치인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실물경제에 밝다고 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돼, 한나라당의 특정 대선후보를 겨낭한 것이고 이는 의도적인 폄하발언이자 깍아내리기라는 비난을 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명박 “경제는 아무나 하나”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독선과 오기에 가득 찬 노 대통령의 모습만 투영된 실망스런 회견”이라고 비꼬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노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을 겨낭한 것으로 받아들인 듯, 지난 25일 “경제 침체와 일자리 부족 등으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경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 노 대통령의 발언에 사실상 반박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야당은 매일 대통령을 비하하고 깍아내리면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주자에 대해)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며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대응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 盧, 기자회견 또 할까? 안할까? =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내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지지세력이 흩어지는 등 열린우리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까닭에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호소하는 대통령의 발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여당 지지호소 발언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를 중앙선관위에 공개 질의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청와대와 여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차례에 걸쳐, 공중파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으나 ‘반론권’을 주지 않고 있다며 반론권 보장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방송법 개정안 추진될 가능성은?

같은 당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이와 관련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에게도 신년 연설 시간을 같은 시간대에 보장해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방송국에 보냈다”며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해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용학 제2사무부총장은 “방송권의 반론권을 법으로 보장하는 개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측 주장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31일 이후 총 365분, ‘6시간 5분’의 방송을 했고 올해 1월 중에만 4번의 ‘생방송’ 205분(3시간 25분)의 방송 출연을 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를 이용해 전파를 사유물로 전락시킨 대통령으로 역대 어느 대통령도 누리지 못한 권력의 단 맛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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