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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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2.02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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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견제’ 이어, 같은당 대선주자들까지 집중 견제에 ‘아~골머리’

[129호 정치] 최근 눈에 띄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문·방송·광고·영화 등 ‘매스컴 분야’를 지망하는 언론인 지망생 중 54.7%가 한나라당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스컴 취업포털 미디어잡이 ‘대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던져서 지난 22일 발표한 결과인데, 물론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젊은층의 의견을 모두 대변하지는 않지만 언론인 지망생이 젊은 유권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이들의 호감도는 타 예비 대선주자들을 확실히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지지율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부동의 1위를 달리자, 당내 다른 후보들이 이 전 시장에게 집중적인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선 뒤 대학강연 등을 통해 젊은층과의 ‘거리좁히기’ 행보에 나서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당연지사이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경선에 뒤늦게 합류한 직후 ‘젊은층 표심잡기’부터 나섰던 원희룡 의원도 이명박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으며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전 시장에 대한 견제의 상당부분은 네거티브 공세라는 평가인데 이른바 ‘이명박 때리기’의 수위가 ‘위험수위’에 올라갈 만큼 그 빈도가 부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는 박근혜와 손학규가 연대해 이명박 전 시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등 이명박을 바라보는 타 후보들의 눈길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상대방 흠집내기, 음해성 공격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지지는 갈수록 더 높아지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정치판의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안팎으로부터 이명박 검증론의 공세를 중단하라는 주문을 받고 심지어 ‘검증론’에 따른 지지율 하락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후보 검증론’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지지율 회복이라는 ‘반전’을 내심 기대하고 있고, 타 후보들은 두 후보의 다툼에 따른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공격이 ‘질적인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주자는 박근혜 전 대표. 견제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여의도 개인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후보의 정책과 노선 이념을 다 검증해야 한다”며 후보 검증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17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검증은 꼭 필요하다”며 검증론에 불을 재차 지폈다.

박근혜, 이 전 시장 확실히 겨냥

“한나라당 정체성과 부합되는지” “과거 자신 상황에 맞춰서 말과 정책을 바꾼 적은 없는지” “신뢰할 수 있는지” “도덕성은 있는지 ” “김대업과 같은 자 10명이 해도 아무 문제없이 당선될 사람을 뽑아야” “네거티브라고 생각하지 않아” 등 발언이 지목하는 인물은 확실히 이 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당 지도부는 자제를 거듭 요청하고 박 전 대표 캠프진영도 후보가 직접 문제를 제기할 경우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멈추지 않겠다는 듯 “나는 항상 전투모드”라며 주머니 속에 있는 ‘검증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박 캠프 관계자는 “아무것도 없는데 검증론을 제기하겠느냐”며 “하지만 후보진영에서 직접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이명박을 때리는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반도 대운하와 열차 페리를 동시에 겨냥해 1960~70년대 개발 방식으로는 세계 일류국가가 되기 어렵다”며 이 전 시장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겨냥했다. 손 전 지사는 지난해부터 경쟁자인 이 전 시장을 겨냥, “줄세우기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단합 강조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 의심을 감출 수 없다”며 “(이명박 정치는) 구태정치”라고 표현하는 등 이 전 시장과 날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내 중도개혁의 대표 주자인 원희룡 의원도 이 전 서울시장에 대한 공격면에서는 그 행보가 눈에 띄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지난 21일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후보 검증 논란’과 관련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애들 싸움 같다”며 포문을 연 뒤, 특히 이 전 시장을 직접 겨냥해서는 “자신이 당선되면 기업가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여당도, 이명박 검증하자! 한 목소리

‘경부운하’와 같은 공약도 거론하며 “구체적인 실현 방법의 제시가 없다”며 “4년전 ‘경제성장률 7% 달성, 철의 실크로드’ 공약을 내세운 노무현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이명박 때리기’에는 여당도 동참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명박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땅 투기꾼들이 좋아할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데 앞장서왔다 ▲대책없이 뉴타운 사업을 추진해 땅값만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 전 시장측에 허황된 공약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대선후보 검증 시리즈’란 이름으로 이 전 시장이 ‘박정희 따라잡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 중이다.

그러나 ‘이명박 때리기’로 승부를 보겠다는 대선후보들의 전략이 자신들의 지지율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야당과 여당의 이 같은 모양새가 이명박의 독주 구도를 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공격은 그렇다치고, 같은 당마저 ‘이명박 때리기’를 멈추지 않자 이 전 시장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 전 시장 캠프 한 관계자는 “1위 후보는 공격을 받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타 후보들의 공세에 신경쓰지 않고 계속 우리 길만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검증을 불리한 판세 반전의 도구로 삼을 경우, 부메랑이 돼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을 견제하기 위해 박근혜와 손학규가 손을 맞잡고 후보검증을 본격화할 경우, 이 과정에서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한 쪽은 반드시 ‘검증에 따른’ 치명타를 입어 한나라당을 탈당해 ‘제3세력’으로 이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도 나오는 등 이명박 독주에 따른 한나라당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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