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老감독의 老妄이 된 老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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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老감독의 老妄이 된 老望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7.05.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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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금융팀장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老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1942년생. 우리나이로 76세의 김성근 감독이 보장된 임기 3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939일만에 야구판을 떠나게 됐다.

결국 봄부터 끊이지 않았던 박종훈 단장과의 불화설이 원인이 된 것 같다.

불화설의 주된 내용은 김 감독은 연습을 하게 내버려 달라는 것이고, 박 단장은 김 감독이 지나치게 연습을 시켜서도 안 되고, 2군 선수까지 1군에 합류케 해 특훈을 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김 감독은 특유의 훈련 방식을 통해 SK 와이번즈 감독 시절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감독이 됐으며, 명장으로 거듭났다.

반대로 김 감독의 지도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넥센 히어로즈의 경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김 감독은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를 보여야하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김 감독은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 ‘잘릴’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기까지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너무 일렀다. 시즌 144경기 중 김 감독이 소화한 경기는 3분의 1이 채 안 되는 43경기에 불과했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고, 한화의 부진은 명백히 주요 선수들의 부상에서 온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김성근 감독 퇴진의 이유가 무엇보다 아쉬운 부분은 한화와 김 감독의 이별 방식이다.

김 감독은 이미 지난달 경질을 감지하고 신변정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김 감독과 다른 운영방식의 박 단장을 비롯한 구단 측에 굴욕적인 ‘권한제한’을 받았을 때부터였다. 그리고나서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역량(순위)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분명 경질 이유다.

그가 경질이 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후속보도가 잇따랐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김 감독이 언론을 통해 본인의 경질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특히 한화는 김 감독을 경질한 것이 아니라 김 감독이 먼저 사의를 표명해 논의를 하는 과정이라고 발표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이것이 김 감독에 대한 마지막 예우라고 생각했나보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결정이었다. 언론에서 발표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 감독은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잘린’ 것이다.

한화의 사훈은 ‘신용과 의리’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화가 실수했다.

김 감독에 대한 신용과 의리가 없었다.

김 감독과 3년 계약한 것이 신용이라면 그에게 충분한 납득이 가게 경질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은 의리다.

한화가 김 감독을 초빙했을 때 김 감독에게도 많은 로망(혹은 老望)이 있었을 것이다. 한화는 그 로망을 들어준다며 김 감독을 불렀다. 하지만 한화는 김 감독에 최소한의 예의도 안 보이며 그를 ‘노망(老妄)난 감독’으로 만들어 버렸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만나면 헤어질 때가 있는 것이다.

노구(老軀)의 김 감독 역시 평생 한화의 감독으로 남을 수는 없다. 언젠가 한화와는 헤어져야 하는 운명이었다.

한화가 이번에 老감독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신용과 의리를 먼저 생각하는 대기업다운 면모를 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든다.

앞으로 김성근 감독과 한화와의 이별은 두 번 다시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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