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에 국민 ‘지진’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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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진’에 국민 ‘지진’나네
  • 김종국 기자
  • 승인 2007.01.29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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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6.0 강진 ‘10년 안에’…한반도 지진 활성화 시작되나?

사람들은 이제까지 지진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예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발생한 ‘오대산 지진’(공식명칭ㆍ규모 4.8)은 사람들의 ‘통념’을 뿌리 채 뒤흔들었다. 게다가 최근 기상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도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3년 22번, 94년에 25번, 95년에 29번, 그리고 96년에는 34번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발생했다. 2000년 이후로도 연평균 40차례 이상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데, 과연 지진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한반도 지진의 실상과 지진발생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수도권, 규모 6.0 이상 지진 2010년 안에 일어날 확률 57%

지난 20일 오후 8시 56분 51초, 기상청 국가 지진센터. 모니터를 바라보던 한 주무관의 시야에 큰 지진파가 잡혔다. 진앙지는 강원도 서쪽 약 23Km 지점. 규모 4.8의 중진급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같은 시각 강원도. 강릉시 일대 건물들은 5초간 ‘쿵’하는 폭발음과 함께 심하게 흔들렸다. 강릉시청과 소방서의 컴퓨터 모니터와 책장의 책들은 ‘우당탕’ 소리를 내며 책상 아래로 쏟아졌다. 용평리조트의 곤돌라는 정전으로 이미 멈춘 상태.

1분 후 서울. 서초구의 한 고층아파트에서 TV를 보고 있던 박모씨(34ㆍ회사원)는 천장이 내려앉을 것 같고 마루가 흔들리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이렇게 강원도와 수도권 지역 시민들이 뭔지 모를 불안감에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던 가운데, 12분이 흘렀다. 9시 8분, 모 방송사 화면 아래로 ‘강원 지역 지진 발생’이라는 자막이 떴지만 시민들의 생생한 지진 경험담은 이미 유명 사이트 게시판을 도배한 상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소방방재청의 메시지를 뒤늦게 받은 시민들은 도대체 어디가 안전한 곳인지 몰라 공포에 떨며 무방비 상태로 46분을 흘려보냈다.
9시43분, 상황이 종료됐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지진에 대한 정보와 대책 면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낙후됐는가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단층대 좌우로 흔들리는데, 무방비의 46분 흐르고

기상청은 최근 한반도에 크고 작은 지진이 50회나 발생해 전년(37회)보다 13회나 더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지진학자들은 “92년 이후 한반도 지진이 점차 활동적 상태로 전환하고 있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단층대가 지각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좌우로 흔들린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최근 한반도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지각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관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반도가 포함된 거대한 지각판인 유라시아판이 인도판과 태평양판 사이에 끼어 압축 현상을 일으키며 지진 활동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반도의 지진은 중국, 일본과 시대적 연계성(동시대성)이 매우 강해 세 지역 중 어느 한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지진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규모 4~5정도의 지진이 발생한 뒤에는 규모 6이상의 강진이 뒤따른다는 학계의 정설로 미루어봐 조만간 한반도에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미국지질조사국의 과학자들은 온실효과로 인한 알래스카의 빙하 감소가 지진발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빙하가 녹게 되면 지각에 작용하는 하중이 줄면서 하부의 응력을 해소하기 위한 지진 발생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양대 지진연구소는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지진을 연구한 결과,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규모 6.0~6.5 사이의 지진이 2010년 안에 일어날 확률이 57%라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전국 건물, 교량, 터널, 철도, 도로 지진 대비 ‘시급’

그렇다면 서울에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음은 정부의 지진재해대응시스템으로 모의실험을 한 결과이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서북쪽으로 1.39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30km 깊이에서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몇 분 안 돼 서울과 경기ㆍ인천 지역이 모두 피해를 본다. 6만293채의 건물이 붕괴(전파)되고 3만6197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에서는 5만2530채의 건물이 붕괴되고 시민 2만7640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11억 원짜리 이 시스템은 보완이 필요한 내부 참고용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건설교통부 자료에 나타난 실상은 어떨까.

건교부에 따르면 전국 6층 이상 건축물 10만9794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반영된 건축물은 4만2744동으로 ‘39%’ 만이 규모 5.5이상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어져 있다. 또 전국 터널 712개소 가운데 657개소, 교량 1만1,221개소 가운데 9,878개소만 지진에 대비해 설계돼 있다. 게다가 초·중·고교 건물 가운데 내진설계를 갖춰 시공된 것은 전체 1만 9495개교 가운데 433개인 2.2%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분석에 지진 전문가들은 “교량, 학교와 같은 중요시설이 지진으로 붕괴됐을 때 자칫 고립사태까지 초래해 엄청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95년 일본의 고베지진(규모 6.8)의 교훈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국 기자<jayzaykim@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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