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기도 보도자료는 '일기예보'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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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기도 보도자료는 '일기예보' 인가?
  • 고상규 기자
  • 승인 2017.05.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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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고상규 기자] 경기도청에서 각 언론사에 배포되는 보도자료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미리 예측해 배포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했다.

4일 경기도 북부청 '북부여성비전담당관 여성비전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를 보면, 김동근 행정2부지사가 이날 오전 10시 경기 용인시 소재 경기여성의 전당서 이금자 경기도 여성단체협의회장과 환담을 갖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같은날 오전 5시 35분에 미리 배포했다.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 부지사는 올해 문을 연 경기여성의 전당을 직접 둘러보고 이 협의회장을 만난자리에서 "여성의 전당 건립으로, 경기도 여성들에게 보다 전문화·체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여성의 전당을 중심으로 경기도와 도내 여성단체들이 보다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양평평등 실현의 거점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더 기막힌 것은 김 부지사의 말에 이어 이 협의회장이 "경기여성의 전당은 경기도와 도의회, 여성단체 등 도내 각계각층이 한뜻을 모아 만들어진 곳"이라며 "앞으로 이곳이 남녀 모두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도 차원에서도 전당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당부 드린다"고 화답했다는 하지도 않은 각본과도 같은 내용이 쓰여 있다.

이날 일기예보 처럼 배포된 보도자료는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김동근 행정2부지사가 4일 오후 2시부터 고양 어린이박물관·꽃박람회 현장 찾아 안전관리를 당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함께 배포됐다.

여기서도 김 부지사가 하지도 않은 말을 예측해 "올해 5월은 어린이날 황금연휴를 맞아 예년보다 더 많은 방문객들이 어린이박물관과 꽃 박람회 현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 된다"며 "이런 때일수록 방문객들의 편의 증진과 안전 관리에 철저히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예단했다.

이는 일어나지 않은 사실을 왜곡(歪曲)함과 동시 김 부지사와 이 협의회장을 무시하는 처사일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행태는 경기도민과 함께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와 기자(記者)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

물론 미리 안내하는 보도자료로 이해하고 참고해 취재하면 된다. 그러나 당사자가 해야할 말들까지도 각본처럼 예측해 작성한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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