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르포 ‘성매매’ 사냥에 나선 10대 포주들…매춘 ‘강요’ 화대 ‘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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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르포 ‘성매매’ 사냥에 나선 10대 포주들…매춘 ‘강요’ 화대 ‘갈취’
  • 김종국 기자
  • 승인 2007.01.22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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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가출 청소년 꾀어 감금ㆍ협박에 구타로 ‘성매매’ 강요”

‘10대 포주’에 의한 성매매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한 여중생에게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최모(17)양의 경우 유사한 범죄를 5건이나 저질러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신도 그 여중생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충격적인 제보가 <매일일보>에 접수됐다. 제보자 이모(18)양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황모(19)양은 가출한 청소년에게 접근해 이들의 숙식을 해결해 주고 그 대가로 성인 남성들과 성관계를 강요하고 화대를 챙긴다는 것이다.

제보내용의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는 이 양을 어렵게 설득해 서울시 S구 J동의 한 커피숍에서 직접 만나 사건의 전모를 들을 수 있었다. ‘10대 포주’가 활개 치는 세상, 본지가 밀착 취재했다.

10대가 10대를 ‘파는 세상’…‘인면수심’의 끝은…

이 양으로부터 충격적인 제보를 받은 것은 지난 17일 오후 5시. 그녀는 서울시 S구 J동 유흥가에서는 자신을 비롯해 몇몇 10대 여성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혹은 술자리에서 즉석으로 만난 성인 남성들과 은밀한 성매매를 맺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이날 전화 통화에서 이 양은 “오갈 데 없는(가출한) 나와 같은 처지의 여학생들이 30분에 10만원  정도의 꽃값(화대)을 받고 몸을 팔고 있지만 뒤를 캐 보면 그걸 강요하고 협박하는 악마(포주)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1000일 된 남자친구의 성폭행으로 가출 결심

지난해 9월의 마지막 날, 이 양은 심한 정신적 방황을 겪으며 가출을 선택했다. 중학교와는 차원이 다른 고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3년 가까이 사귄 동년배 남자친구의 반 강제적 성관계 요구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육체적 사랑을 강조하며 사귈 당시부터 틈만 나면 스킨십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학교 때는 공부도 곧잘 하고 ‘범생이’로 통했던 이 양은 학생 신분으로 ‘넘지 말아야 선’을 지키고 싶었다. 

고민 끝에 가출을 결심한 그녀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핸드폰은 집에 두고 현금 10만원과 가방하나 달랑 메고 집을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순간의 방황이 이토록 큰 상처를 남길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녀. 이 양은 “집을 나온 지 일주일이 넘자 모든 게 엉망이었고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 했어요. 그리고 박모(19) 선배를 만난 게 사건의 발단”이라고 고백했다.

이 양이 평소 안면이 있던 학교 선배 박 양을 우연찮게 만난 곳은 서울시 S구 J동의 한 공원. 이미 소문으로 이 양의 가출 소식을 접한 박 양은 그녀를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을 위장해 자퇴한 친구 황모(19)양을 소개 시켜줬다. 

당시 황 양은 일찌감치 학교생활을 접고 보도방에 고용돼 술집 접대부, 노래방 도우미 등으로 전전하고 있었다.
황 양을 만나기 직전 이 양은 돈을 아끼기 위해 삼각 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PC방과 찜질방에서 선잠을 청하길 수십 차례, 돈은 바닥나고 몸은 망신창이였다.  

딱히 갈 곳도, 돈도 없었던 이 양은 실례를 무릅쓰고 황 양의 집에서 하루 이틀 신세를 지기 시작했다. 그 때가 10월 10일 경. J동 한쪽 구석엔 지금도 그녀의 월세방이 있지만 이  양이 그녀로부터 빠져 나왔던 지난 12월 27일 이후로 황 양은 종적을 감춘 상황.

“그 언니, 첫 인상이 굉장히 무섭고 나이가 들어 보였어요. 하지만 저를 대할 때는 웃으면서 이것저것 잘 챙겨줬지요. 자기처럼 되면 안 된다고 하면서….”

2차 대타로 꼬드겨 목돈 만질 심사

이 양의 말에 따르면 보도방을 나가는 황 양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손님들과의 2차(성관계)를 상당히 꺼려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곳저곳 닥치는 대로 일을 해도 수입은 방값과 옷값, 카드값을 지불하는 데만도 역부족이었다.

이에 황 양은 이 양에게 2차를 나가게 할 요량으로 그녀의 ‘환심 사기’ 작업에 들어갔다. 이 양을 부추겨 목돈 좀 만져보자는 심사였다. 황 양은 “너처럼 순진하고 착한 동생은 처음 본다, 잠잘 곳은 걱정하지 마라, 너는 내가 책임지겠다” 등 입에 말린 발을 쏟아 내며 이 양을 매수했다.

밥과 술을 함께 먹고 마시며 쇼핑을 하는 등 이 양의 경계심이 사라진 어느 날,  술집 일을 마치고 돌아 온 황 양은 이 양에게 “지금까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화장품에 핸드폰까지 사준 것을 어떻게 보상하겠냐”며 “몸이라도 팔아서 값으라”는 경악스러운 말을 내뱉는다.

이 양은 “처음엔 술에 취해서 한 말인 줄 알았는데 그 날 밤 내내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면서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만약 이 돈을 갚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는 것.
이튿날 늦은 오후, 황 양은 “생각해 봤냐, 어쩔래…할래, 죽을래” 라며 이 양을 다그쳤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이 양은 박 선배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자취방으로 황 양과 함께 들어온 박 양은 “은혜도 모르는 싸가지”라며 이 양을 손과 발로 마구 때렸다. 이내 황 양도 가세해 이 양을 구타, 매질을 못이긴 이양은 결국 성매매를 하기로 약속했다. 가출한지 두 달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학교와 집에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양과 황 양은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박 양은 인터넷 채팅과 J동 유흥가의 취객남성을 상대로 적절한 성매수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맡았고, 황 양은 이 양의 감시와 협박을 담당했다.

역할 나눠, 성매수자 선별 따로, 감시ㆍ협박 따로

‘매춘도 떳떳한 돈 벌이’라고 이 양을 계속 세뇌하는 한편 경찰에 신고하거나 도망가거나, 화대에 손을 대면 ‘끝까지 쫓아가 죽여 버리겠다’고 연일 협박을 가했다.

성매매를 위한 장소로는 황 양이 2차 손님을 간혹 접대했던 서울시 S구 J동의 Y모텔을 택했다. 업주와 안면이 있기에 뒤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성매수자는 화대를 확실하게 치를 수 있고 신고할 염려가 없는 기혼남자로 한정했지만 J동 유흥가 일대의 만취한 대학생들도 이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먹이감’이었다. 화대는 대학생은 8~10만원, 직장인은 12~15만원으로 정했다.

모든 계획이 정비된 11월 둘째 주 금요일, J동 H호프집 앞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미니스커트 차림의 박 양에게 접근해 수작을 걸었다. ‘이 때다’ 싶어 박 양은 그들을 Y모텔로 데려가 화대 20만원을 받고 이 양을 방으로 밀어 넣었다.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 양은 “죄송해요. 저 언니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거예요. 제발 그냥 보내주세요”라고 애원, 또 애원해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고 모텔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너무 빨리 나온 이 양을 의심한 박 양과 황 양은 그녀를 주택가 골목으로 데려가 주먹과 발길질로 1시간여 동안 폭행했다.

구타 후 화대로 받은 돈을 술값으로 모두 탕진한 그날 밤, 황 양은 이 양의 도주를 우려해 만취한 그녀의 옷을 벗기고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이 양의 나체사진을 찍어 두었다.

그리고 얼마 후 ‘J동 유흥가 일대의 10대 청소년들이 마약과 성매매에 노출됐다’는 뉴스가 터지면서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졌다.

당황한 황 양은 지방으로 자취를 감췄고 박 양도 학교를 자퇴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다시는 나와 같은 경우 없기를

‘마의 소굴’을 3개월 만에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온 이 양은 그때의 충격으로 현재까지도 A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물론 학교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박 양과 황 양의 범행이 미수에 그치고 명확한 물적 증거가 부족해 그녀의 부모는 그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다만 하루빨리 자신의 딸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 올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 

2시간이 넘게 인터뷰에 응해준 이 양은 “끔찍했던 지난 기억을 하루 빨리 잊고 싶다”며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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