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보험왕 한번 하기 힘드네
상태바
[데스크칼럼] 보험왕 한번 하기 힘드네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7.04.26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규 금융팀장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각 보험사에 연도상 수상자와 명예설계사 등 고액연봉을 받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건전 영업행위 자체점검 지시를 내렸다. 이 지시는 자체 점검을 벌인 뒤 설계사별로 점수를 매겨 이달 말까지 금감원에 통보해야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번 자체점검은 금감원이 제시한 35개 체크리스트와 보험사 자체적으로 선정한 15개 체크리스트를 합쳐 50개 항목에 대해 고액연봉 설계사를 대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지점에 체크리스트를 전달, 영업 관리자가 소속 설계사의 모집질서 위반, 금융사고 발생, 내부통제 위반에 대해 조사했다.

금감원 통보를 며칠 안 남겨둔 시점에서 보험업계에서는 불만이 일고 있다.

보험사의 영업관리자가 소속설계사를 내부 고발하는 것처럼 비춰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간 ○○생명보험사 보험왕, △△손해보험사 보험왕의 불법 영업이 문제가 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 범위를 ‘고액연봉 보험설계사’로 확대하면 그들은 그야말로 ‘우수인증설계사’가 더 많았고, 나름 자부심을 갖고 보험과 재무, 그리고 인생을 설계해 주는 설계사가 더 많다. 하지만 이번 점검기간 동안 그들을 ‘불건전 영업행위자’로 바라봐야했다.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는 생보사 11만명, 손보사 8만명 등 총 19만명에 달한다. 이 중 연간 신규 실적이 50억원이 넘는 고액 설계사는 수십명이다. 이들의 연간 수입도 수억원에 달하고, 개인비서를 둘 만큼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보험사에서는 이들을 ‘여왕’(또는 ‘왕’)이라는 칭호와 함께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자체점검 기간동안 이들은 ‘불건전 영업행위 의심자’의 위치에 서게 됐다.

구체적인 점검 내용은 △이들의 계약 중 청약서 또는 자필서명이 누락돼 있는 사례가 있는지 △보험 서류에 보험 계약자의 자필서명 필체와 해당 설계사 필체와 유사한 점이 있는 지 △모집한 계약 중 불법 투자 모집 또는 사적 정황이 있는지 등의 여부다.

물론 보험업계에서 불완전판매와 불건전 영업행위는 뿌리 뽑혀야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무죄 추정의 원칙’도 없이 무차별적인 점검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보험사의 영업관리자는 “영업현장에서 동고동락하는 사이인데 어느 관리자가 손쉽게 소속 설계사의 잘못을 따져 본사에 보고할 수 있겠냐”며 “아마 대부분이 곤란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무리하게 영업하는 설계사가 있을 수 있지만 성실하게 영업하는 설계사는 이번 점검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면서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영업이 어려운데 성실하게 영업하는 설계사까지 조사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지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자체점검 결과를 토대로 검사를 나갈 예정이며 자체점검 부서의 사고보고 누락, 부실조사 조사결과 은폐 등이 발견될 경우 관련 보험사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쩌면 보험을 많이 판매하는 설계사가 불건전판매에 노출이 많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러한 태도는 보험사와 우수설계사 간의 기싸움만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여전히 보험사는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일선에서 보험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보험설계사들도 ‘양심’을 가지고 고객을 위해 뛰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보험사와 설계사가 수긍할 수 있는 새로운 ‘불건전영업행위 퇴출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