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존재 이유 망각한 국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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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존재 이유 망각한 국책은행
  • 공인호 기자
  • 승인 2017.04.25 15: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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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국내 대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이라는 거대한 산을 가까스로 넘었지만,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스스로 존재 이유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지분(42%) 매각과 관련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의 논의를 중단하고 중국 '더블스타'와 협상에 나섰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나서면서 협상이 돌연 중단됐다.

박 회장은 무려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피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블스타 역시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 산은이 박 회장측 컨소시엄을 불신하는 배경에는 10년 전 대우건설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컨소시엄을 통해 6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대우건설을 인수했지만 불과 4년만에 부실 딱지를 붙여 다시 매물로 내놨다.

결국 국책은행인 산은이 2조원대 혈세를 투입해 40% 지분을 떠안았고, 이후 대우건설 연명에 추가로 1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현재까지 1조원 넘는 자금이 손실로 잡혀 있다. 때문에 산은으로서는 금호타이어가 '대우건설의 데자뷔'로 해석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박 회장 측과의 '소송전 대응'을 언급한 대목은 양측간 불신의 골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정치권까지 나서 '국부 유출'을 이유로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산은으로서도 적잖은 부담이다. 특히 금호타이어의 내재 가치를 감안하면 산은이 지나치게 시장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금호타이어는 일반 자동차 타이어는 물론 방산 부문의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중국에 팔렸던 쌍용자동차가 SUV 핵심기술만 탈취당한 채 법정관리에 돌입한 사례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산은에 대한 공세 수위가 꺾이지 않는 또다른 배경은 '결여된 일관성'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철저한 시장논리가 지배하고 있다면, 대우조선해양은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전형을 보여줬다. 금호타이어 뿐 아니라 유동성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성동조선에 대해서도 철저한 시장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최근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혈세를 투입해 조선사를 살리는 사례는 '대우조선이 마지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조선과 달리 성동조선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첨언도 덧붙였다. 이같은 논리는 금융당국이 대우조선의 최대 채권자인 국민연금을 압박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이같은 태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덩치부터 키워라'는 부적절한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 대우조선이 저가수주를 통해 시장을 교란하고 대주주이자 감독 주체인 산업은행 경영진과 함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도 대규모 혈세를 국책은행의 쌈짓돈마냥 치부하는 시장 저변의 잘못된 인식 탓이다. 

개발경제 시절 정책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은행들은 줄곧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받아왔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산은 민영화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대우조선 사태 등 부실기업이 쏟아지면서 결국 백지화 됐다. 하지만 대우조선 사태는 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져야할 국책은행이 스스로 정책금융 수요를 창출해 '셀프 구조조정'에 나선 웃지못할 희극이자 설립이래 최대 오점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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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7724 2017-04-25 16:49:54
제대로 알고 기사 쓰라
이러니 기레기라 부르지
자식한테 안부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