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원칙' 뒤엎은 정부…책임론 비켜선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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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원칙' 뒤엎은 정부…책임론 비켜선 국민연금
  • 공인호 기자
  • 승인 2017.04.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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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에 또 혈세투입…정부 주도 구조조정 한계 드러내
사진 출처 =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가까스로 단기 법정관리(P플랜)에서 벗어난 가운데 정부가 또다시 구조조정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반면 막판까지 채무 재조정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온 국민연금공단은 투자손실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근거 마련에 분주하다.

18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3차에 걸친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모두 90%가 넘는 찬성률로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됐다. 가장 많은 회사채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P플랜 돌입 직전 입장을 선회하자 나머지 기관들도 줄줄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2차례의 집회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3900억원)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1600억원), 사학연금(1000억원), 신협(900억원), 수협(600억원), 중소기업중앙회(400억원), 한국증권금융(200억원) 등이다.

이번 채무재조정안의 핵심은 이달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총 1조3500억원의 절반은 출자전환 하고, 나머지 절반은 만기를 3년 연장하는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막판까지 이같은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지만,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상환을 위한 이행 확약서'를 전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자기손실 부담이 원칙인 회사채 일부에 대한 지급보증을 약속받은 것이다.

이번 사채권자 집회가 최종 마무리되면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2조9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해 유동성 위기의 급한 불을 끈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는 대우조선 경영 상황을 관리하는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회계·법률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일단 정부로서는 대우조선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구조조정 원칙'을 또다시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추가적인 혈세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불과 두달 전인 지난 2월 간담회에서 "4월 회사채 도래분 4400억원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지만 혈세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대우조선에 투입된 자금은 무려 14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정부는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갈 경우 59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이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이 자체 실사를 요구하는 등 이견이 적지 않았다.

다만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막판 협상을 통해 회사채 일부에 대한 지급보증을 이끌어낸 만큼, 향후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론에서 일부 비켜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국민연금은 지난 14일 '분식회계'로 입은 손해를 보상해달라며 대우조선을 상대로 2억 여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장도 제기했다. 이번 채무 재조정안 찬성에 따른 업무상 배임 혐의를 비켜가기 위한 일종의 보완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한편, 대우조선은 중장기 플랜을 통해 '조선 빅2'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구조도 해양플랜트는 줄이고 경쟁력 있는 상선과 특수선 위주로 재편할 방침이다.

문제는 조선업의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당초 2018년으로 제시했던 조선업황 개선 예측을 보수적으로 수정하며 예상보다 업황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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