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지경 후보, 결정적 낙마 원인은 '쪽방촌'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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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지경 후보, 결정적 낙마 원인은 '쪽방촌'투자
  • 신재호 기자
  • 승인 2010.08.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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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29일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장관 후보자는 1977년 행시 21회로 공직생활에 입문한 뒤 상공부, 산업자원부와 지식경제부에서 30년간 공직에 몸담는 동안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산업정책을 다뤘다.

이런 공직생활을 토대로 참여정부 시절 산자부 차관보와 제2차관을 역임한데 이어 현 정부에서도 2차관으로 다시 입각할 만큼 능력 만큼은 철저히 검증받은 인물이란 점을 관가에서는 높게 평가했다.

정부는 집권 후반기 녹색성장과 자원외교를 주요 정책목표로 강조하고 있다. 관가에서는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인정받은 이 내정자가 'Mr.아프리카'로 불리는 박영준 2차관과 호흡을 맞춰 자원개발분야의 정책생산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정부가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녹색산업을 선정, 범 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저서를 발간하는 등 전문지식을 갖춘 것도 장관으로서 '낙점'을 반겼다.

이 후보자는 MB 정부의 초기 정책기조인 녹색성장 정책에 참여하던 당시 생생한 경험을 자신의 저서 '녹색성장과 에너지자원 전략'을 통해 펴냈다.

지난 2월 초 출판기념회에서도 그는 "녹색성장은 산업,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전반 나아가 정치까지 변화시킬수 있는 화두라고 생각해 왔다"며 "녹색성장은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도약하는 성장의 패러다임"이라고 높은 관심을 보였었다.

또 개각소식을 전해 듣고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분야에서 녹색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역점을 두겠다"며 장관 수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대다수의 지경부 직원들도 이 내정자가 노무현 정부와 현 정부에서 모두 전문성을 인정받은 만큼 장관 임명은 순탄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실제로 국회 지경위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전날만해도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결국은 장관 임명이 유력할 것이라는 내부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지경부 핵심관계자는 "국회 상임위는 가부 결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일 뿐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 아니냐"며 "낙마설은 다른 장관내정자들도 전부 다 한 번씩 떨어뜨린 다는 얘기는 나오던데 그것에 대해서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었다.

그럼에도 30년 공직생활을 마친 이재훈 장관 내정자는 금의환향을 접고 21일 만에 장관 후보자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를 놓고 관가에서는 능력과 전문성에서는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를 둘러싼 재산축적 과정 등 '잡음'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은 부동산(쪽방촌) 투기, 논문인용 문제점 , 음주운전 등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중 쪽방촌 투기 의혹은 가장 큰 흠집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2006년 2월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으로 알려진 종로구 창신동 건물을 2007년 뉴타운재개발 지정이전에 매입했다.

일각에서는 재개발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투기목적으로 매입해 재개발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내정자가 김영환 국회 지경위 위원장에게 '쪽방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뜻을 밝혔지만, 장관에 내정돼서야 투기를 기부라는 포장으로 덮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사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도 이 후보자의 낙마가능성은 단골처럼 대두됐다. 청와대 '8·8개각' 명단 발표 후 곧바로 불거진 '쪽방촌' 투기를 비롯해 인사청문회에서 잇따른 의혹과 비위사실이 드러나자 지경부 직원들마저 당혹감을 나타냈다.

심지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살리는 대신 장관 내정자 1~2명을 낙마시키는 '빅딜설'이 흘러나오면서 교체대상자로 이 후보자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지경부의 시선은 실망감으로 싸늘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그러들지 않고 확산됐다. 이 후보자는 높은 청렴성을 요구하는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돌이키기 힘든 깊은 상처를 냈다.

이 때문에 장관후보자 사퇴는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고민 끝에선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소식이 알려지자 지경부 직원들은 아쉬움과 혼란이 교차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8·8 개각명단 발표 후 낙마설, 빅딜설 등 이 장관을 둘러싼 각종 설에 노심초사한 일부 직원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부터 낙마까지.

▲8월8일: 이재훈 전 지경부 제2차관, 신임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청와대 개각)

▲8월8일: 이재훈 장관 내정자 "친서민·中企, 신산업개발, 녹색성장 3가지 역점"(자택 앞 인터뷰)

▲8월16일: 이재훈 지경부장관 후보자, '지위남용 논문작성' 의혹, 재계발 지역 창신·숭인 뉴타운내 건물을 공동 매입관련 투기 의혹.

▲8월20일: 이재훈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쪽방촌 투기 의혹, 논문작성 의혹 사과·해명)

▲8월22일: 이재훈 내정자, 국회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측에 투기논란 '쪽방촌' 건물 기부의사 표명.

▲8월2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이재훈 내정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찬성 14, 반대 1)

▲8월29일: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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