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국립민속박물관, 근현대 생활문화 조사보고서 '명태와 황태덕장'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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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국립민속박물관, 근현대 생활문화 조사보고서 '명태와 황태덕장' 발간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7.03.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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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강원도 고성군 대진항 명태잡이 배 <국립민속박물관>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명태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잡히고 많은 사람이 즐겨 먹던 서민들의 생선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동해바다 수온상승과 노가리 어획 허가에 따른 무분별한 대량 포획 등으로 국내산 명태를 우리 밥상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게 됐다. 결국 2010년 이후부터는 어획량이 연간 100㎏이하까지 내려가 동해를 대표하는 어종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게 되었다. .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올해 발간한 조사보고서<명태와 황태덕장>은 오랫동안 우리 밥상의 단골손님이자 수산업 분야의 효자상품이었던 명태와 황태에 대한 연구 기록물이다. 박물관은 ‘가까운 과거’의 생활모습에 대한 기록연구를 목적으로 2011년부터 ‘근현대 생활문화 조사’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명태, 어획시기, 가공법에 따라 별칭 60여 가지 

서해 조기, 남해 멸치, 동해 명태라는 말이 있듯이, 명태는 우리 민족이 가장 즐겨 먹고 가장 많은 어획고를 올렸던 생선이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찾는 국민생선 중 하나가 됐다.

이런 명태를 예전에는 ‘북어(北魚)’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는 북쪽의 추운 지방에서 잡는 물고기라는 의미인데 현재는 말린 명태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명태는 실제로 잡는 시기와 방법, 크기, 가공법 그리고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그 별칭이 60가지에 달한다.

산란하고 바로잡힌 명태는 ‘꺽태’, 강원도 바다에서 잡은 명태는 ‘강태(江太)’, 크기가 작은(20~25cm) 것은 ‘노가리’, 싱싱한 생물 명태는 ‘생태’, 이를 얼리면 ‘동태’라고 부른다. 

말려서 딱딱한 것은 ‘북어’, 일교차에 따라 얼고 녹기를 반복하여 속살이 노랗게 마른 명태는 ‘황태’라 부른다. 이렇게 명태를 지칭하는 용어가 많은 것은 그만큼 명태가 우리 수산업과 밥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할 수 있다

1982년, 강원도 고성군 거진 11리 명태덕장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우리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명태는 우리의 생활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연구는 주로 어업사적 측면에서만 이루어졌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명태잡이 어장을 비롯해, 어로방법, 명태에서 황태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명태 및 황태와 관련된 민속의례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관점에서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평창 횡계리 황태덕장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보고서는 황태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뤘다. 황태는 날씨와 바람이 만들어주는, 하늘이 내린 음식이라고도 한다. 동해안에 명태가 많이 잡히던 때에는 명태 집산지인 고성과 속초 인근 내륙 산간지역에 황태 덕장이 위치했다. 그러나 동해안의 명태 어업이 사실상 폐점한 요즘에는 부산과 가까운 남쪽으로 그 자리를 옮기고 있다. 부산항을 통해 러시아 산 명태가 수입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보고서에는 명태의 역사를 시작으로, 명태어획량이 증가함에 따라 번성했던 강원도 고성, 속초지역 등의 명태잡이의 변화양상과 어로방법을 기록했다. 또한 민속학적 관점에서의 의례, 신앙 등과 관련된 명태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지난 1년여 간의 인제 용대리, 예천 용두리 등의 현지조사를 통해 황태의 역사와 생산방법, 기온에 따른 덕장의 변화, 중국산 수입 황태 등 지금까지 체계적인 조사가 부족했던 황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현장의 생생한 모습과 함께 기록했다.

황태덕장에 상덕(황태를 거는)모습 <국립민속박물관>

날로 변화하는 생태환경의 조건과 무분별한 남획의 결과로 2017년 현재 우리나라 근해에서 명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명태는 여전히 한국에서 주요한 식문화이자 수산업의 대상이다. 세계 최초로 성공한 명태 인공수정이라는 첨단기술이 동해 바다에 다시 명태 떼를 되살려냈다.

이처럼 멀리 타국에서 수입하여 겨울 내내 말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 만큼 명태와 황태는 우리 밥상의 단골이자 국민생선이자 괜찮은 생업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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