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된 대우조선, 살리느냐 마느냐 깊어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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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된 대우조선, 살리느냐 마느냐 깊어지는 고민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7.03.27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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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돈 쏟아붓고 구조조정 실패…추가 지원 방침에 혈세낭비 논란
기간산업 대형 조선사 청산시 하청업체·지역경제 몰락 등 후폭풍 커져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042660]의 회생 여부를 놓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이미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쏟아 붓고도 구조조정에 실패한 회사에 또 다시 거액의 혈세를 집행하는 것은 실효성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주도한 기간산업의 주역인 대형 조선사를 청산할 경우, 그 후폭풍이 하청업체와 지역경제를 넘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7일 채권은행을 만나 채무조정에의 동참을 설득했다.

앞서 산은과 정부는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추가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놨는데, 국책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도 채무 재조정에 참여해야한다는 조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은 무담보 채권 7000억원 가운데 80%인 56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5년 유예한 뒤 5년간 나눠 받는 안이 요구됐다. 또 대우조선의 수주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5억달러 규모의 선수금보증환급(RG) 지원을 시중은행이 맡기로 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추가 지원방안 발표 전 구두로 출자전환 참여 합의를 했으나, 출자전환한 주식이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적인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오히려 출자전환 규모가 지금보다 더 높게 진행될 수 있어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시중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채무재조정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바라보는 업계와 여론의 시각은 비판일색이다.

이번 추가지원은 정부가 대우조선의 2016년 수주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는 등 정부의 판단 실책에서 기인한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대우조선의 2016년 수주액이 1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수주액은 15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또한 선박인도 지연 등의 악재가 겹치며 자금이 원활하게 확보되지 않았고, 결국 유동성 위기가 재연됐다.

더욱이 정부는 2015년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할 당시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그런데 불과 1년 5개월여만에 말을 바꿔 수조원의 추가 자금을 대우조선에 쏟아 붓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투자자들이 대우조선의 채무조정에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의 28.9% 규모인 39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부실기업에 동원에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 내부 회의를 열고 심의에 들어간다. 만약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선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반대로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경제가 감당해야할 피해가 크다는 점이다.

P플랜에 들어가면 대우조선의 수주 취소나 선수금 반환 요구 등으로 이어져 기업가치가 폭락하고 사실상 대우조선은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하청업체 줄도산을 비롯해 지역경제의 위축이 불가피하며, 한국 조선업에 대한 신뢰도 타격이 우려된다.

앞서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원을 받지 못해 청산과정을 밟으면서 세계적인 물류대란과 한국 해운사에 대한 신뢰도 급락 등 적지않은 피해를 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추가 지원안이 통과되든 거절되든 어느 쪽을 선택해도 피해는 불가피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지원방안보다 더 실효성있는 대책이 있는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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