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 시공사 교체 바람…건설사 ‘을’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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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 시공사 교체 바람…건설사 ‘을’ 전락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7.03.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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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5구역, 최근 GS·롯데·포스코건설 시공계약 해지 안건 통과
대치3지구(대림산업), 장위6구역(삼성물산·포스코건설)은 ‘흔들’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시공사와 조합간 마찰이 잇따르면서 도시정비사업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조합들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치열해지다보니 시공사와의 의견 충돌 시 ‘시공사 교체’ 카드를 내세우며 사업을 주도해가는 모양새다.

22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2동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은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소송전으로까지 번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배5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 총회에서 GS건설[006360]·롯데건설·포스코건설로 구성된 프리미엄사업단의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을 가결했다. 조합원 1144명 중 970명이 참석해 865명이 시공사 해지에 찬성했다.

프리미엄사업단은 지난 2014년 6월 방배5구역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해 7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조합과의 이견으로 결국 시공사 자격을 잃게 됐다.

방배5구역 조합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에 대한 건설사의 지급보증 거부 △약속과 달리 시공사가 조합 운영비 등을 대여해주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시공사 교체를 추진했다.

프리미엄사업단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할 경우 프리미엄사업단이 방배5구역 조합 측에 대여해준 사업비 730억원 등에 따른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시공사 해지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건설사도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3지구 재건축 조합은 당초 이달 25일 열리는 총회에서 대림산업[000210]에 대한 시공사 선정 해지 안건을 표결에 붙일 예정이었으나 현재 철회한 상태다.

대치3지구 조합은 대림산업이 조합이 제시한 사업비 대여, 지급보증 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공사 해지 절차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028260]과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도 마찬가지다.

장위6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17일 예정이던 ‘시공사 공사도급 계약 해제 및 해지의 건’과 관련한 대의원회의를 연기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한 3.3㎡당 약 490만원의 공사비가 주변 재개발 구역에 비해 비싸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시공사 해지 절차로까지 이어질 뻔한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앞으로 조합과 지속적으로 합의해 사업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사와 조합 사이의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자 업계에서는 과거 사업을 주도해온 건설사의 지위가 예전만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건설사들이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더라도 조합이 이를 수용하고 지나갔다면, 현재는 재건축·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면서 조합의 입김이 세졌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대규모 공공택지 공급을 축소하면서 도시개발사업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결국 건설사들의 과잉경쟁이 사업을 부추기고 비용 증가,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시공사 변경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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