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신동빈 출금 장기화… 글로벌 경영활동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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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신동빈 출금 장기화… 글로벌 경영활동 차질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7.03.1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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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해외현장 못챙겨… 對中 민간 외교도 중단 위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끝났지만, 일부 재벌기업 총수에 대한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가 풀리지 않고 있어 글로벌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출금조치가 3개월째 지속되면서 각 사의 경영현안 추진이 제약을 받고 있다.

SK그룹은 현재 SK하이닉스를 통해 일본 반도체기업인 도시바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도시바는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업체다. 어느 기업이 도시바를 손에 넣느냐에 따라 반도체업계의 판도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도시바 인수전은 올해 최고의 인수합병(M&A)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SK뿐만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대만의 TSMC와 훙하이그룹, 중국 칭화유니그룹 등이 도시바를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몸값만 25조원대로 추정되는 도시바를 SK가 인수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최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천문학적인 투자에는 오너의 신속하고 과감한 판단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최 회장은 발이 묶인 상태라 운신에 제약이 많다. 오는 23일부터 중국 하이난성에서 개최되는 ‘보아오 포럼’에도 참석이 불투명하다.

보아오포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10여 개국 정상과 200여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해 글로벌 경제현안을 논의하고 인맥을 다지는 자리로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최근 중국이 한국 기업에 대한 사드 보복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어 올해 보아오포럼은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그러나 최 회장은 출장길이 막혀 중요한 행사 참석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그룹 현안을 넘어 한중간 경제교류를 위한 민간 외교가 차질을 빚게 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신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은 현재 사드보복의 최우선 타깃으로 롯데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지에 진출한 롯데마트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고, 중국 소비자들도 사드보복 조치에 따라 롯데 상품을 불매하겠다며 대대적인 반롯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 고위층과 인맥이 탄탄한 신 회장이 직접 현지를 찾아 해결방안을 논의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도주의 위험이 없는 총수들을 무차별적으로 출금조치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한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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