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빨라진 대선 시계에 포퓰리즘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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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빨라진 대선 시계에 포퓰리즘을 우려한다
  • 이종무 기자
  • 승인 2017.03.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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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경제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대통령 선거 시계가 빨라졌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조기 대선이 현실화됐다. 탄핵 확정 이튿날부터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되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5월 9일까지는 대선이 실시돼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5월 9일을 가장 유력한 날짜로 보고 있다.

대선 주자로 꼽히는 후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누가 최종 결선에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벌써부터 각종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대선 후보들이 탄핵 정국에서 청취한 민심을 의식해 대중영합적인 선심성 공약을 쏟아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야권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은 박근혜 전 정권의 기조와 정반대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후보들 대부분이 서민 주거복지와 부동산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어 큰 차이는 없다.

대선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내놨다. 부동산 보유세가 국제 기준보다 낮고 부동산 시장 진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부동산 정책 구상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해 가계 부채를 관리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정부 정책금리 이하 수준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청년희망임대주택 조성을 강조했다.

또 한 명의 야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토보유세 신설을 통해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계층에게 세금을 추가로 걷어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범여권 후보들도 건설·부동산 경기를 띄워 부양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약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정책 구상과 숙의를 거치지 않은 선심성 공약 남발로 오히려 주택시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자가 만난 한 정부 관계자 역시 “국민들의 목소리만큼 중요한 것이 정부와 기업의 입장”이라면서 “모름지기 정책은 한 쪽의 입장만을 듣고 제시될 수 없는데, 대선 후보들이 짧은 대선 기간 동안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를 듣고 공약에 반영할 수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대선 공약은 비록 앞 다퉈 만들어 내더라도 명분은 갖춰야 한다. 신중하게 선택하고 집중해서 합리에 맞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 검증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선 기간이 짧은 시기에 숙의 과정을 제대로 거칠 리가 없다. 아무리 선거판이 적이 죽어야 내가 살아남는 제로섬 게임이라지만 과거와 같은 전철을 밟는다면 탄핵 이후의 우리나라 사회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하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한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분노한 민심에 선심성 공약을 주기보다 최소한 현재의 우리나라보다 더 나은 사회를 생각하는 장기적인 관점의 공약이 필요한 때다. 부동산 공약은 국가의 발전 방향과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재산권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사회 모든 분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표(票)퓰리즘에 빠지게 하는 공약(空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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