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통령 뒤를 따라가는 집권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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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 뒤를 따라가는 집권여당
  • 이상래 기자
  • 승인 2017.01.05 16: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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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정치부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어느 당 이야기다. 현재 이 당은 당 대표가 공석이 되면서 비상체제다. 그래서 비상대책위원장이 실질적인 당 대표다.

이 당에는 20대 국회 최다선인 무려 8선의 국회의원도 있다. 총선에서 이 당이 다수당이 되었다면 국회의장직은 아마 이 의원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최근 삼일 동안 입씨름을 하고 있다.

이 당의 대표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당내 맏형인 8선 의원을 향해 “염치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일본 같았으면 (측근들은) 할복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라며 ‘악성종양’에 비유해 “종양은 뿌리를 뽑아야 다시 번지지 않는다. 핵만 제거하면 번지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자 8선 의원은 지난 4일 “비대위원장이야말로 악성종양의 성직자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며 “스스로 정치적 할복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반박했다.

나아가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숙청하고 나서, 정권을 유지하려고 강하게 한 것처럼 똑같은 모습”이라고도 말했다.

덕분에 알려지지 않은 이 둘만의 논의 과정도 공개됐다.

8선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나겠다. 시기는 저에게 맡겨 달라’는 말에 동의했다”며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비대위원장이 ‘지금 물러나면 대선 끝나고 나를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러자 비대위원장의 재반격이 5일 시작됐다.

그는 “이 당이 정치하는 곳인줄 알았다. 그런데 8선 의원이 집사로 있는 교회”며 “이 당에 손들고 어제 잘못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저 웬만한 사람 보면 ‘대통령감이다’, ‘국회의장감이다’라고 덕담을 하는데 그걸 진담으로 알아듣고 거짓말쟁이라고 한다”며 “(부인이) 덕담이라도 그만하라고 잔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보고 있노라면 ‘막장 드라마’의 대사인가 싶을 정도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워 정권을 잡고 국정운영에 힘을 보탰던 그 당이다.

그들이 앞세운 지지율 4%의 대통령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탄핵 당했다. 그런데 그 대통령을 만들고 도와줬던 이 여당은 ‘국정공백’ 수습은 뒷전이고 오늘도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다.

이대로면 여당이 대통령 뒤를 머지않아 따라갈 것이다. 대통령 공약도 총선 공약도 안 지켰던 이 집권당이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하나'라는 선언만큼은 지킬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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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 2017-01-09 17:15:00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하나'라는 공약은 지킬 것 같다.ㅎㅎㅎ
유일한 공약 이행이 되겠군요.
진흙탕 개싸움도 이정도면 목불인견 입지요.
정곡을 찌르는 내용, 잘 읽었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