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셈법’에 폭발한 촛불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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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셈법’에 폭발한 촛불민심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6.12.0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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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배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가 지난 3일 서울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주최측 추산 서울 170만명 등 전국에서 232만명이 모여 사상 최다 인원 기록을 다시 썼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에 대한 역효과가 여실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집회는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지점까지 행진이 허용됐고, 시위대는 동·남·서쪽으로 행진해 청와대를 포위했다. 시위대는 청와대를 향해 나팔을 불거나 함성을 지르며 집회를 진행했지만 연행된 시민은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만은 그동안과 크게 달라져있었다. 1~5차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과 국정농단에 관여한 인물을 희화하하는 데 초점을 뒀던 풍자와 패러디물은 한층 과격해졌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던 국민들은 ‘구속’을 외치기에 이르렀다.

6차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도 청와대 포위 행진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문화행사 시간을 대폭 줄였다. 연예인도 가수 한영애 한명만 초청했다. 국민의 민심을 외면하는 박 대통령에게 좀 더 엄중한 경고와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조치였다.

분노한 민심은 여의도까지 향했다. 여야의 정치적 셈법으로 탄핵이 혼선을 빚으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날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는 청소년은 물론 가족단위 시민 등 3000여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국정농단 공범 새누리당 규탄 시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새누리당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몇몇 시민들은 새누리당사를 향해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던 친박계 김진태 의원의 춘천 지역구 사무실 앞에는 2만명의 ‘횃불시위대’가 농성하기도 했다.

촛불민심을 지지율 상승 동력으로 삼으려던 야권 대선 주자들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광주 집회에 참여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 표결 연기에 실망했다’는 주최측의 항의를 받았고,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2일 표결 무산’의 책임자로 지목돼 ‘똑바로 하라’, ‘어떻게 여기에 나올 수 있나’라는 항의를 받았다.

매주 촛불집회에 참여 중인 A씨는 이번 집회야말로 ‘분노 표출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4% 대통령’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집권여당이나, 탄핵 발의에 머뭇거리는 야당의 모습은 모두 국민 분노만 키우고 있음을 바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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