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想] 너무 해맑은 그녀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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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想] 너무 해맑은 그녀의 웃음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6.11.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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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탁 편집부장

[매일일보]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런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패배’에 대해 다시 짚어보는 목소리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판세가 박빙이었다는 점에서 비교대상이 되지 않지만, 이번 미국 대선은 2007년 한국 대선의 이명박-정동영 대결을 연상시켰다.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낙마한 이후 이번 미국 대선은 ‘누가 누가 더 싫은가’의 대결로 진행되어왔기 때문이다.

힐러리 캠프에서 전개한 ‘공식 캠페인’의 내용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 지지 세력의 담론은 ‘힐러리를 뽑았을 때 더 나아지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하기보다 ‘상대 후보가 얼마나 끔찍한 괴물인지’를 알리는 것에 천착했던 것으로 비춰졌다.

반면 대중의 관심은 클린턴 부부가 거액의 강연료를 받으면서 용돈벌이를 했다거나 부부의 재단이 대기업 로비창구로 활용됐다는 이야기 혹은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임시절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청탁을 들어줬고, 공적업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이야기에 더 집중됐다.

특히 ‘매스미디어들이 클린턴에게 노골적으로 편향적 보도와 정보 뒷거래를 했다’는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그렇지 않아도 친기득권적 이미지와 갈짓자 행보로 거짓말쟁이 이미지를 갖고있는 힐러리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혐오감을 더욱 강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는 이들 중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 그가 늘 주도적인 입장에서 남편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던데, 지금 시국에 직면해서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힐러리는 빌 클린턴의 최순실인가’하는 것이다.

퍼스트레이디라는 자리는 그 대표성 상징성과 별개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좌지우지했다는 이야기는 흠이면 흠이지 자랑거리는 아니지 않나하는 반감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힐러리 개인의 능력과 성품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고집’과 ‘가식’이다. 특히 그의 ‘과하게 환한 웃음’은 늘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필자가 아는 한 전세계의 다른 여성 지도자들 중에 힐러리처럼 웃는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없다. 아니 남녀를 통틀어서 봐도 민주정치 체제의 국가지도자급 정치인이라면 최소한 제대로 웃는 법과 제대로 우는 법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힐러리의 ‘어색한 웃음’에 대해 잡다한 생각들을 이어가다가 문득 ‘지금 한가하게 남의 나라 정치인 이야기나 할 때인가. 다 부질없다’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로운 감정이 찾아왔다. 지난 18일 우리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해맑은 웃음 때문이다.

저렇게도 온 마음으로 환하고 해맑게 웃고 있는 박 대통령은 과연 드라마 외에 TV를 보기는 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뉴스는 안보더라도 예능프로그램만 몇 개 봐도 자신에 대한 시중여론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SNS스타’라는 이야기도 예전에 있었는데 인터넷에 자기 손으로 접속하는 방법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저런 표정이 나온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남이 무산되지 않았다면 박 대통령의 정확한 상태를 객관적 시선으로 확인하고, 광장의 민심을 전달해주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순순히 스스로 하야하고 질서 있게 정국을 수습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가슴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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