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에만 기댄 한국경제…부동산 과열잡기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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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에만 기댄 한국경제…부동산 과열잡기 ‘진퇴양난’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10.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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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경제성장 건설투자가 51.5%···부동산이 ‘유일한’ 경기 부양책?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 강남 재건축···경기침체 우려 규제 카드 ‘고심’
재건축이 활발한 서울 강남 개포지구 전경. 연합뉴스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경기침체 장기화에 재건축 시장만이 불황 속 ‘나홀로’ 과열현상을 보이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에서 건설투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경제성장률의 절반 이상인 5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한국경제가 전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흘러드는 자금에 의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전자, 자동차, 조선업 등 제조업 부문 전반에서 ‘악재’가 계속되면서 부동산시장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전자는 한국거래소에 갤럭시 노트7의 판매와 생산을 중지하고 제품을 단종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한국거래소에 자율 공시했다.

갤럭시 노트는 매년 하반기 삼성전자가 내놓는 플래그쉽 모델로 삼성전자의 ‘캐쉬카우’이자 전략 기종이었다. 그러나 출시 두 달 동안 배터리 폭발 등 각종 사고가 겹친 끝에 결국 단종을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은 곤두박질 쳤다.

지난 12일 삼성전자의 정정공시에 따르면 매출은 당초 49조원에서 47조원으로 2조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리콜과 단종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인한 손실은 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달 30일까지 5개월을 끌어온 장기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3조1000여억 원의 피해를 봤다.

세계 1~2위를 다투던 조선업계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과 한진해운·현대상선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업황 전체가 존망의 기로에 빠진 상태다.

이처럼 산업계 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유일하게 활기를 띄는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 그러나 이 부동산 시장마저도 ‘강남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일부 지역에만 과열 투기 현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달 초 서울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 값은 3.3㎡당 4012만원으로 나타나 처음으로 평당 재건축 아파트 값이 4000만원을 넘은 것은 물론이고 역대로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심각하다. 국토부 조사 결과 지난 8월말 기준 지방 미분양 가구 수는 3만5745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의 1만3550가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사실상 부동산 시장에서도 ‘돈이 되는’ 일부 강남 재건축 시장에만 웃돈을 노리는 투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분양보증 한도를 제한하고 주택 공급을 줄이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8·25 가계부채 관리대책 발표을 내놓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두 달도 안 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역대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사실상 정부 시책의 실패가 드러났다.

결국 지난 14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강호인 장관은 과열 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규제 의견을 밝힌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이 활발한 강남3구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규제 조치가 검토되고 있지만 이는 여러 검토 사항의 하나일 뿐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며 발을 빼고 있다.

이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에 나설 경우 앞서 한국경제 성장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건설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정부의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달 초 강호인 장관의 ‘강남3구 규제’ 발언 이후 이번 주 들어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률이 둔화되는 대신 서울 마포 등 강북 일부 지역과 수도권 택지지구 등 재건축이 활발한 지역에 투기 수요가 몰려 가격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는 것도 정부의 고심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달 서울 마포구 신수1구역을 재개발 한 ‘신촌숲 아이파크’와 대우건설이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 한 ‘고덕 그라시움’, GS건설이 안산에 공급한 ‘그랑시티자이’ 등의  분양 현장에는 분양권 전매를 노린 ‘떳다방’이 대거 등장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 규제로 서울 마포·강동과 수도권 일부 택지지구로 투기 수요가 옮겨가는 모양세인 것.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해운업계 등 제조업 전반에서 악재가 발생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의 절반 이상을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것은 한국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 결코 건강한 신호가 아니다”라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그나마 경제 성장을 지탱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에 ‘메스’를 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 센터장은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건전화를 위해서 과열 투기 현상이 심한 일부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분양권 전매 제한과 같은 보다 효과적인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며 “강남3구의 과열 현상을 규제한다고 해서 투기 수요가 강북 일부 지역과 수도권 택지지구로 흘러드는 ‘풍선효과’는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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