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영 칼럼> ‘ 안고수비(眼高手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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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영 칼럼> ‘ 안고수비(眼高手卑)’
  • 나정영 사장
  • 승인 2010.07.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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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근 삼성그룹이 직원들에게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사자성어를 메시지로 던졌다. “능력만 믿고 자만하는 병사가 있는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교병필패’는 흉노의 잦은 공격에 시달려야 했던 중국 한(漢)나라 때 나온 얘기다. 기원전 68년 지금의 신장에 있는 차사라는 지역에 흉노가 쳐들어왔다.

당시 왕이었던 선제(宣帝·BC91~BC49)는 조정 대신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대부분의 신하들은 “즉각 군대를 파견해 반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승상이었던 위승이 ‘전쟁은 안 될 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위승은 “가뭄과 흉년, 그리고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백성의 삶이 피폐해졌다. 지금은 내치에 힘써야지 차사와 같은 작은 지역에 연연해 전쟁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 군대의 힘만 믿고 적에게 무력을 과시한다면, 이것이 곧 교만한 군대다. 군대가 교만해지면 반드시 재앙을 맞게 되는 법” 이라고 주장했다.

선제는 결국 위승의 주장을 받아들여 내치에 전념할 수 있었고 이후 한나라는 ‘승승장구’ 했다. 삼성은 또한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 ‘군맹평상(群盲評象)’이라는 사자성어를 내걸었다. ‘코끼리 몸을 만져보고 제각기 말한다’는 뜻이다.

‘군맹평상’은 고대 인도에서 나온 말이다.

인도의 왕이 맹인들 세 명을 불러다 큰 코끼리의 몸을 각자 따로 만지게 했다. 어느 정도 만지게 한 후, 왕이 맹인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왕 : 코끼리는 과연 어떻게 생긴 동물이라 생각하느냐?

첫번째 맹인 : (코끼리 상아만을 만져 봄)딱딱한 무같은 동물입니다.

두번째 맹인 : (다리를 만져봄)무슨 말이요? 말도 안됩니다. 분명히 나무기둥 같은 동물입니다.

세 번째 맹인 : (코끼리 머리통을 만져봄)아니 당신들 과연 제 정신이 있는거요? 대왕마마, 저들의 말을 믿지 마소서. 제가 직접 확인했나이다. 코끼리는 분명히 딱딱한 바위 같은 동물입니다.

결론적으로 ‘군맹평상’은 자신이 아는 작은 지식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이에 앞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주창 하면서 ‘마불정제(馬不停蹄)’라는 화두를 던졌다. ‘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 뜻으로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정진을 요구한 것이다.

삼성이 요즘 부쩍 고사성어를 많이 쓴다.

최근 ‘갤럭시S’나 3차원 입체영상(3D) TV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에는 반도체부분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음을 임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채찍질’도 함께 하자는 의도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부분은 더 이상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삼성의 설립자인 고 이병철회장의 100주년 탄신일(?)을 기념해 공영방송 KBS는 열린음악회까지 기획을 했겠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러 곳에서 들리고 있다.  삼성이 아무리 세계적인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일개 재벌 기업이 한국을 이렇게 장악하고 주무르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특혜의혹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삼성이 글로벌도 좋지만 내부정리부터 좀 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좀 더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생각난 고사성어가 있다.

‘ 안고수비(眼高手卑)’

즉 "이상만 높고 실천이 따르지 못하는 데.... 눈은 높으나 솜씨는 서투르다는 뜻"이 생각나는 이유가 궁굼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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