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영란법 D-2 “애매하면 무조건 ‘더치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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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영란법 D-2 “애매하면 무조건 ‘더치페이’”
  • 김태혁 기자
  • 승인 2016.09.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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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혁 정경국장

[매일일보 김태혁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많은 국민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법안은 당초 공무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사립학교 교사, 언론인과 이들의 배우자 등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적용대상자는 전국적으로 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3-5-10으로 압축되는 이 법의 요지는 이해당사자가 만날 경우,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 때는 10만원까지의 상한선 안에서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길시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한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제3자로부터 1회에 100만원 이상, 회계연도 1년 동안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혹자들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김영란법’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시행이후 가장 달라질 풍속도는 ‘더치페이’다.

자기가 먹은 밥값이나 본인 ‘골프 게임’비용은 자기가 직접 계산해야 한다.

또한 청탁하지 말고, 청탁받지 말고 애매하고 의심스러우면 무조건 ‘더치페이’하라는 것이다.

‘유흥업소’와 ‘고급 식당가’는 냉랭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고급 한정식 집은 벌써 문을 닫았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1인당 10만원이 넘는 식사의 대상은 국회, 고위공무원, 언론사 직원들이 주로 접대를 받던 곳이었는데 9.28 이후에는 장사가 될 리 없는 상황이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김영란법이 바로 정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벌써부터 ‘김영란법 꼼수’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꼼수가 미리 현금을 나눠줘 밥값을 각자 내는 것처럼 꾸미거나, 신용카드 여러 장을 동원하는 ‘카드 쪼개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나 광화문 등의 고급 식당들에선 아예 “먼저 돈을 맡겨놓으면 식사를 할 땐 3만 원씩만 받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흥업소에서는 현금으로 결제하는 단골만 받으면 된다며 걱정을 안하는 분위기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 국토부는 국회의원과 장관급 이상 고위공무원 등이 '김영란법' 시행 후에도 공항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국토부령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공항에서의 귀빈 예우에 관한 규칙’개정안을 지난 9일 입법예고하고 후속 절차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이번 국토부의 꼼수 행태는 '김영란법'을 비웃는 것이다. 국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도 맞지 않는다.

'김영란법'이 시행 된다고 해서 금방 우리사회가 청렴한 사회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꼼수들이 난무 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이 시행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이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탁과 접대 문화 근절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비리 근절을 위한 대혁명이 바로 ‘김영란 법’이다.

더 이상 구태의연한 사고와 행동으로는 미래에 대한 발전이 없다.

9월 28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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