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신규 분양, 최고가, 완판. 부동산 기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키워드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주택공급이 쏟아지고 있다. 노른자위 땅에 자리한 아파트들은 최고가 몸값에도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
하지만 주변 사정은 사뭇 다르다. 내 집 마련은 그저 꿈이거니와 서울에 만족스러운 전셋집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한탄만 들려온다.
최고가 아파트를 자꾸 사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양극화 현상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내 또래 지인들은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집 살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겠다. 어떻게 결혼까진 하더라도 제대로 기를 자신이 없어 아이는 못 낳겠다.”
맘 편히 내 몸 하나 기댈 집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결혼 기피, 출산율 저하 현상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요소인 의식주의 균형이 깨져버린 상황에서 책임져야할 2세를 낳고 가족을 더해가는 일은 위험한 결정임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정부는 임대주택, 새로운 부동산 규제, 아빠 육아휴직, 청년수당 등의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다 좋다. 하지만 핵심을 놓친 근시안적인 해결책인 것 같아 아쉽다.
채용절벽, 고용불안, 의식주를 위협하는 임금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국민들의 바람은 안정적인 직장,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임금수준, 적절한 소득 재분배와 같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지 허황된 욕심이 아니다. 가족을 꾸리고 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세상, 그거면 된다.
부정부패를 일삼고 채운 그릇에 더 담아 올리기 바쁜 ‘가진 자’들은 이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시간적 여유도 없다.
얼마 전 아동빈곤율이 50%가 넘고 노숙자가 8만 명이 넘는 뉴욕의 현실을 부끄럽게 여긴 미국 뉴욕의 갑부들이 지금보다 세금을 더 올려달라며 청원서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조만간 이런 기사를 쓰길 상상해본다. ‘경제민주화 책임 느낀 한국 재벌, 세금 더 부과해달라며 청원서 제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