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후견인 결정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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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후견인 결정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향배는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6.09.0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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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지지기반 잃을 가능성 높아...후견인 결정 항고
검찰 수사 마지막 변수...신동주 이날 소환조사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법원의 후견인 결정으로 사실상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즉각적으로 법원 판결에 불복, 항고하겠다는 의견을 밝혀 곧바로 후견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만약 법원의 후견 판단이 상급심에서도 유지된다면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간 경영권 분쟁의 근거로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면서 자신이 그룹의 정통자라고 주장했다. 이를 토대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光潤社·고준샤) 대표·최대주주 자격으로 경영권 분쟁을 지속했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입증돼 해당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한 기업으로 그룹 지배구조에서 큰 의미를 지닌 기업이다.

지난해 10월 14일 광윤사는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신동빈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을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하는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한 이사회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 1주를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기는 거래도 승인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과반 최대주주면서 대표이사로 등극했다. 이 모든 과정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을 바탕으로 작성된 서면을 토대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논란이 있어 해당 주주총회와 이사회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했다. 일본 법원은 이와 관련 한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견인 진행 과정을 참고하겠다며 판결을 유보한 상태다.

만약 한국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이 확정될 경우 일본 법원에서 신동빈 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져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지분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롯데홀딩스 주총 대결에서 연거푸 패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표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현재보다 더 낮아진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법원의 후견인 지정 판결에 대해 즉각 항고의사를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시종 일관되게 성년후견에 대하여 강력한 거부의사를 표명했다”며 “각종 병원 진료 기록 등 의사 및 전문가들의 검증 자료에서도 본인의 판단 능력 제약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 자료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한정후견개시결정을 내려 행위 능력을 제한하는 데 대해서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벼랑 끝에 몰린 신동주 전 부회장이지만 최근 재개된 검찰 수사가 경영권 분쟁을 뒤집을 마지막 변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일 신동주 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에 돌입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계열사 관련 일을 하지 않고 400여억원을 급여 형식으로 받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혐의 입증보다 신 전 부회장을 통해 신동빈 회장의 비리 의혹이 구체화될지 여부다.

그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과 대립했고 최근에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1월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회계장부 열람을 두고 롯데그룹과 신경전 끝에 요청한 서류 대부분을 롯데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중국 투자 1조 손실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김수창 변호사는 “두 곳 회계장부에 대한 분석 작업을 마쳤고 여기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발견했다. 검찰 수사 내용을 지켜보면서 적정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점에 주목하고 해당 부분에 대해 집요하게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 조사에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모르쇠로 일관한 비리 의혹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상반된 진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의 큰 쟁점인 비자금 조성 역시 신동빈 회장의 단독 행동으로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7월 한 일본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한국의 경영에 관해서는 거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다. 당연히 비자금의 여부에 대해서 알 길이 없다”고 비자금 관련해서 선을 그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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