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켓몬 성지 ‘속초마을’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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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켓몬 성지 ‘속초마을’ 입성기
  • 이근우 기자
  • 승인 2016.08.0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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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근우 기자

[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지난 주말 국내 포켓몬스터의 성지라고 불리는 ‘속초마을’을 다녀왔다.

속초마을은 강원도 속초시를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포켓몬스터’ TV 애니메이션에선 주인공이 태초마을에서 스타팅 포켓몬 피카츄를 데리고 여행하는 이야기가 그려지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름을 따 속초마을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는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초에서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가장 먼저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속초는 때 아닌 관광 특수를 누리고 있다. 어차피 여름 휴가 기간과 맞물렸기 때문에 그런거라는 말도 있지만, 포켓몬 출볼 소식이 나오던 초기부터 속초시와 시장이 직접 나서 방문객을 유도했던 전략이 꽤 적절했다고 본다.

실제로 이 곳에 가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포켓몬 잡기에 한창이다. 가족, 친구, 애인 단위는 물론 심심찮게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무리들도 눈에 띈다.

언젠가 누군가가 “덕(오덕후·오타쿠의 변형말) 중의 덕은 양덕(서양인 오타쿠)이라 했던가”,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휴가를 떠난 사람들과 포켓몬 마스터를 꿈꾸는(?) 방문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수욕장, 길거리, 가게 등이 인산인해인 탓에 속초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릴 법도 한데, 다행인 것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어느곳에 포켓몬이 더 잘 나오는지 알려주고, 잠시 쉬어가라는 안내판도 종종 보인다. 대부분 포켓몬 고 마케팅을 펼치며 윈윈하는 모양새였다.

하필 ‘7말8초’라 불리는 여름 휴가 절정인 시기와 겹치는 바람에 오전 8시에 출발해 오후 3시나 돼서 속초에 도착했는데,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 전까지 3시간이 조금 넘는 동안 쉴 새 없이 몬스터볼을 던진 덕분에 피카츄, 이브이, 파이리, 꼬부기, 이상해씨, 아쿠스타, 버터플 등 122마리(중복 포함)나 잡았다.

아직 포켓몬 고의 출시국가가 일부 제한적이고, 포켓몬을 잡는 것 외에 배틀이나 교배 등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일단 어린시절 봤던 포켓몬스터를 하나둘 모아 도감을 채워간다는 재미로도 초반 시선몰이는 물론 추후 장기 흥행까지도 노려 볼 수 있다는 평이다.

이번 속초마을 방문으로 확 와닿는 말이 하나 있었다. ‘잘 키운 IP(지적재산권) 하나, 열 게임 부럽지 않다’더니 정말 그 말이 딱 맞았다.

기자들끼리는 벌써부터 우리나라에도 ‘라바’, ‘둘리’, ‘뽀로로’, ‘터닝메카드’ 등 IP로 이런 AR류 모바일 게임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빛낸 100명이 위인들’로 해당 유적지에 가서 위인들과 지식배틀이라도 하는건 어떻겠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또 포켓몬 고 열풍에 한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디 정부에선 AR게임이라서가 아니라 포켓몬스터이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걸 알아야 할텐데…”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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